금융권 '서금회' 출신 CEO 벌써 추락하나

우리은행-기업가치 하락…산은-대우조선 부실…수은-성동조선 추가지원 등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실망…"주요 금융기관 수장 인선 신중해야"
"정말 실체가 없었다"…성대·연대 출신 오히려 부각

입력 : 2015-09-10 오후 6:49:55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금융권 요직을 꿰찬 이른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 멤버 최고경영자(CEO)들이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하고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해양 부실관리 등 기업구조조정 기능 상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부실한 성동조선 추가 지원 문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매각을 앞두고 영업 총력전에나서는데도 불구하고 기업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등 서강대 출신 금융기관 수장들의 리더십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금회 출신 금융권 수장들이 올 초까지만 해도 새로운 금융라인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해를 넘기지도 못하고 부실 및 부진한 성과 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금융권 수장으로서 자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이덕훈 우리은행장. 사진/뉴시스
 
가장 최근인 지난해 말에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당시 연임이 유력했던 전임 행장을 제치고 은행장에 오르면서 서금회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정치금융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교감이 있는 인물이라면 우리은행의 숙원인 민영화를 이뤄내지 않겠냐는 내부의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우리은행(000030)은 제자리걸음은 고사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매물로서의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는 올초 주당 1만1000원까지 유지하다가 현재는 9000원을 밑돌거나 턱걸이중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를 해체하고 우리은행만 남은 몸집으로는 이광구 행장이 금융지주사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금융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이 몸값으로는 공적자금 회수 원칙(1만3500원)에 미치지지 못해 일괄매각이나 과점주주 매각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을 위해 중동 국부펀드를 접촉하고 있지만 주가가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각 작업이 무기한 연기될 경우에는 임기 중 민영화 성공을 공언했던 이 행장의 리더십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는 민영화가 어렵다면 정부로부터 경영 자율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당국은 정부가 우리은행의 주주로 남을 상황을 대비해 우리은행과 맺은 경영관리 MOU를 원천 재검토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수장으로 있는 서강대 출신 CEO들도 이달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뭇매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 7개월 가량을 남겨두고 있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홍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과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하면서 업계의 원성을 받았고, 여기에 산은이 대주주와 채권은행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문제가 터지면서 정책금융 맏형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상태다. 
 
결국 산은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수순을 밝게 됐다. 당국은 산은의 자회사 20곳을 매각하는 동시에 그간 산업은행이 맡았던 기업 구조조정 기능을 다음달 출범하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주도로 기업구조조정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가득한 상황"이라며 "이제와서 정책금융 재편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난 구조조정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역시 과거에 수은이 지원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 역시 채권단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리더십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모뉴엘 사기대출에서부터 올해 경남기업 대규모 대출 등에 대해서 전임 행장 시절에 이뤄져 이 행장은 논란을 비켜설 수 있었지만 성동조선 지원에 나서면서 그림은 꼬여가는 형국이다.
 
수은은 지난 5월 성동조선에 3000억원 단독 자금지원을 했지만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지만 사실상 재무리스크를 그대로 안고 있어 반쪽뿐인 협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학계 출신 등 금융업 경험이 없거나 전혀 예상도 못했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정책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 수장으로 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올 초만해도 서금회 멤버들이 금융권을 장악할 것으로 보였지만 이렇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면 '실체가 없다'는 그들의 해명이 맞는 말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재정·통화·금융정책 부문 사령탑을 싹쓸이 한 연세대와 성균관대 인맥에 역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KB·하나·농협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사 3곳의 수장들이 성균관대 출신이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온 연세대 출신들이 한국은행(이주열 총재), 금융위원회(임종룡 위원장) 등 경제 금융정책 사령탑을 차지하고 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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