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 공기업이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에 시달리는 아웃소싱(간접고용) 인력을 직고용 또는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려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 14일 확인됐다. 평소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만여명에 달하는 공항 아웃소싱 인력 고용안정 대책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98명, 한국공항공사가 983명 등 총 1381명을 직고용 또는 자회사 고용하겠다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박완수)는 수화물 시설 46명 등 9개 직무 174명을 직접고용하고, 구조소방 210명 등 2개 직무 224명을 자회사를 설립한 후 고용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한국공항공사(사장 김석기)는 직접고용 계획 대신 보안검색 715명 등 3개 직무 983명을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이는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다한 아웃소싱 인력 운영으로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은 두 회사가 각각 연구용역과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한 방침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전체직원의 85.4%인 6469명이 아웃소싱이며, 한국공항공사도 77.6%인 3476명이 아웃소싱이다.
즉 전체 아웃소싱 인력이 9945명에 달하는 두 회사가 그중 불과 13.9%인 1381명을 직·간접고용하려 했지만, 정부 측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더구나 그 인력들 상당수는 공항업무에 필수적인 보안과 대테러 담당자들로, 공항 안전문제도 외주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수 억원의 예산을 들여 마련한 공항 아웃소싱 인력 고용안정대책이 실행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두 공사의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과 함께 검토되었는데, 기재부에서 ‘민간이 잘 운영해 온 분야이고, 이미 수행중인 기능이므로 현재대로 아웃소싱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경협 의원은 “두 회사의 공항업무 종사 아웃소싱 근로자 고용안정 대책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단계적으로 직고용 전환 및 자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법을 담았는데 이마저도 정부가 걷어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