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합병 이후 끊임없이 구조조정 압력을 받아오던 KT가 대규모 해고사태를 피하면서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6일 KT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필수설비로 불리는 KT 네트워크 분야를 분리하는 한국형 오픈리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이렇게 설립된 KT의 한국형 오픈리치는 와이브로 등 이동통신사가 투자에 소극적인 차세대 네트워크 등 구축을 활성화하고 관로와 전주를 포함하는 망 임대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리치는 영국의 기간통신사업자인 BT(브리티시텔레콤)가 유선가입자망과 관로 사업을 떼내 완전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조직으로, '동등접속위원회(equality of access board)'라는 감시기구를 통해 BT의 경쟁업체들도 이들 시설을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KT 구상대로 오픈리치식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국내 경쟁 통신업체가 동등하게 필수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통신산업의 틀 자체가 바뀌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석채 회장이 지난달 1일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IMO(통신인프라 아웃소싱 서비스)와 AMO(IMO+솔루션)는 BT의 주요 사업모델이었지만 우리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KT가 추진 중인 '한국형 오픈리치'는 지난 2일 KT가 제안해 대통령 보고 뒤 공식 발표된, '2조 규모 펀드 조성을 통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될 가능성이 크다.
KT는 정부 기금을 융자형태로 받아 SPC에 충당하고, 일정부분은 자체 투자하며,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의 투자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KT 방안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와이브로 등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할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KT의 구조조정 계획은 국내 통신산업의 중복투자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통신요금 인하나 데이터요금이 개선되는 등 통신산업 전반의 제도적 문제점도 개선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어렵다고 알려진 SPC의 와이브로 등 이동통신 사업 진출 문제에 대해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SPC가 주파수할당 대가(와이브로의 경우 1400억원)를 지불하고 기간통신사업자로 승인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쉽지는 않지만, 관련절차를 밟는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KT는 SPC가 설립되면 KT 네트워크 분야의 인력을 대거 이동시켜 관련업무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KT 조직상으로 보면 유선 네트워크부문 7500여명, KT집전화나 IPTV 담당 전국 326개 지사별 전송팀과 시설팀 7500여명이 이에 해당한다. 또 이동통신을 담당하는 무선네트워크 분야에도 약 13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3만8000여명의 KT인력 중 적어도 1만명 이상의 인력은 감축해야 KT가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것으로 보고 있다.
KT 계획대로 SPC가 와이브로와 IPTV 셋탑박스 등 관련 분야 인력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다면, 인건비만 매출의 22.2%를 지출하는 고질적인 비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기준 한 해에만 인건비로 2조6149억원을 지출했다.
KT 유선부문의 1인당 평균임금은 5400만원, 무선부문은 58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조직 분리에 성공하면 단순 계산으로 매년 9000억원 정도의 인건비를 절감하게 되는 셈이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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