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또다시 미루면서 한국 금융시장은 단기 불안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10월·12월 등 미국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당분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외환당국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불안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목표치를 현행 연 0~0.2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18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곧바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의 금리 동결로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간 완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실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9.46포인트(0.98%) 오른 1995.95에 거래를 마쳤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3.1원 내린 1162.8원을 기록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만약 미국 금리 인상이 이뤄졌을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은 달러 자금 이탈과 주가 하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컸다. 또 한국은 현재 1.50%로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압력이 생겨 가계 및 기업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상존했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자금 이탈 공포가 다소 누그러지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기에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오는 10월 또는 12월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따라서 외환당국의 불안감과 경계심도 짙어지고 있다.
주형환 차관은 "여전히 금리인상 개시 시점의 불확실성이 남아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중국과 여타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와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2008년 금융위기의 경험을 감안해 외화 유동성을 각별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라며 "FOMC 위원 17명 가운데 13명이 연내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는 점을 기자회견에서 전달한 것을 보면 오는 10월,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글로벌 경기와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차관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우리 경제는 어떤 충격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정부는 가산금리 차환율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금융사가 보수적으로 유동성을 관리하도록 지도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등 위험 요인에 대한 대처를 지속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국내경제 영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