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중저가폰 중에서도 ‘전용폰’ 라인업을 확대해가고 있는 가운데, 기존 제조사가 아닌 TG앤컴퍼니와 손잡고 루나를 출시하자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직접 스마트폰 제조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총 11종의 중저가폰을 출시했다. 그 중 ▲삼성전자 갤럭시A5 ▲갤럭시A7 ▲갤럭시 그랜드 맥스 ▲갤럭시J5 ▲갤럭시폴더 LTE ▲LG전자 볼트 등 6종은 이통 3사가 공동으로 출시했고, ▲TCL-알카텔 아이돌착 ▲삼성전자 갤럭시A8 ▲갤럭시폴더 3G ▲LG전자 밴드플레이 ▲TG앤컴퍼니 루나 등 5종은 SK텔레콤 전용 단말이다. 같은 기간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1~2종의 전용폰을 내놓는 데 그쳤다.
특히 SK텔레콤이 지난 4월 출시한 ‘아이돌착’도 루나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제조된다. 알카텔은 프랑스 브랜드지만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TCL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SK텔레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존 국내 제조사 외에 TG앤컴퍼니, TCL-알카텔, 폭스콘 등 다른 기업들과 협업하며 가성비 높은 중저가 전용 단말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 다른 업체들과의 협업 가능성 여부에 대해 “아직은 구체화된 것이 없으며 이번에 출시한 루나에 대한 고객 반응과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추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루나가 출시 한 달이 채 안돼 조기 소진될 만큼 시장 반응이 폭발적인데다 전국적으로 100여 곳의 AS센터를 기구축한 상태인 만큼 업계는 루나 후속작 출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중소 제조사 및 중국 업체와 협업한 루나 생산 방식이 향후 경쟁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콘이 제조하고 국내 중소기업이 출시한 루나의 등장은 나름 의미가 있다”며 “향후 안드로이드 진영의 붕괴를 보여주는 일종의 전초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하드웨어 스펙 업그레이드의 한계가 점차 다가오고 있으며,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핸들링이 가능하다면 누구든지 폭스콘 같은 OEM·ODM 업체를 통해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나아가 한편에선 루나와 같은 제품 출시가 향후 SK텔레콤이 직접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되지 않겠느냐는 짐작도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폰 시장 포화와 단통법 시행으로 대형 제조사가 주춤한 틈에 중저가폰 트렌드에서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미래창조과학부가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기기제조업 겸업도 허용한 만큼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이통사들이 스마트폰보다는 웨어러블 기기 등 IoT 단말 정도에 관심을 둘 수 있다고 예측됐으나, IoT 시대 가장 근접한 제어장치가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이통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SK텔레콤은 과거 SK텔레텍과 SK텔레시스 등을 통해 휴대폰 사업을 진행했으나 시장 지배력 논란 등이 불거져 중단한 바 있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은 “중국 OEM·ODM 업체들의 기술력이 높아졌고 단통법 이후 국내 중저가 시장이 급속히 커져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삼성이나 애플 등 제조사 입지가 커진 이동통신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이통사로 중심축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SK텔레콤이 TG앤컴퍼니와 같은 업체를 인수하거나 AS 계약을 맺는 형태로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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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