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 동국대학교 법학대학 겸임교수
뜨거운 감자에 계파싸움이라는 기름을 부으니 점입가경을 거쳐 목불인견이다. 최근 집권여당에서 이전투구식 논쟁을 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작 공천권을 넘겨받는 국민들은 오픈 프라이머리가 무엇이고,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는 점에서 국민은 여전히 뒷전이다. 때문에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심판할 수 있다.
정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방식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당원투표 또는 여론조사와, 이 둘을 혼합하는 방식을 취하느냐는 부차적 문제로, 본질은 공천을 실질적으로 최종 결정하는 공천심사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공심위의 직접 관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으로 공정한 경선, 투명한 경선, 합법적 경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 기능으로 축소된다. 이것이 핵심이다.
공심위는 당내 각 계파의 안분에 의해 채워지고, 공천도 계파에 적절히 배분되는 게 관행이지만, 결론적으로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사무총장에 누구를 앉히느냐 등을 놓고 계파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그런데 오픈 프라이머리가 실현되면, 정확히는 공심위가 폐지되면 계파란 것도 당선된 후나 가능한 게 된다. 싸움의 원인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지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공천 혁신안을 두고 갑론을박하지만 이 또한 오픈 프라이머리의 구현방식 차이일 뿐이다. 특히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김무성 대표와 제3의 길을 언급한 원유철 원내대표,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 간 논쟁은 오픈 프라이머리의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 입씨름에 불과하다. 저마다 명분을 내세우지만, 논쟁의 실체는 공천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이다.
물론 오픈 프라이머리도 이념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투표 또는 여론조사로 결정된 후보를, 특히 당원이 선출하지 않은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정점인 정당민주주의와 배치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ICT의 발전이 정치에도 영향을 끼쳐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강화되는 추세에 비춰 얼마든지 결합이 가능하다. 또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든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역선택 문제 등도 지적 대상이다.
한계만 나열하면 또 다시 현실에 머물게 된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면, 특히 지긋지긋한 계파싸움을 끝낼 요령이라면 감내해야만 한다. 결론은 하나다.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공심위를 폐지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 것인지의 차이에 불과하므로, 새누리당이 투표방식을 택하든 제3의 길을 찾든 문제될 게 없다.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어느 한 쪽이 결정해서 정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로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이 전면화되고 있지만 누구도 국민은 안중에 없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무관심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하지 마라. 내년을 기다리며 지켜볼 뿐이다. 얼마 전 옆 테이블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한 분의 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공천권이 언제 우리 국민에게 있었냐. 돌려주게. 안 돌려줘도 괜찮으니 제발 저희들끼리 싸우지나 말라고 해. 안 그래도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