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는 MP3에 대해 사각형의 고정관념을 깨고 삼각프리즘 모양을 처음 도입했다.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자체생산 2년 만에 국내 시장의 55%, 세계 시장의 30% 가량을 점유하게 됐으며, 그 결과 80억원이었던 매출이 2002년 800억원으로 10배 고성장했다.
지난 2013년 창업한 아이투엠은 화분 모양의 가습기 '러브팟'으로 2년 만에 매출 2배를 끌어올렸다. 창업 당해 매출 6억원에서 2014년에는 30% 성장한 8억2000만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약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만에 2배에서 10배 가량의 고성장을 이어간 두 기업의 일등공신은 '디자인'이다. 아이투엠의 경우 카이스트 연구팀이 나눔프로젝트라는 재능기부를 통해 중소기업에게 디자인 개발을 지원해주면서 이 같은 성과를 얻게 됐다. 특히 판매 수익금은 저소득층 교육에 기부하고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주고 있다.
최근 기술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315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과거에 비해 더 중요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60.9%로 나타났다. 여기서 소프트파워는 제품디자인, 공학디자인, ICT(정보기술), 문화·예술 등을 이용해 고객의 이성 및 감성에 어필하는 매력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로 얻는 기업의 경쟁력으로 정의했다.
이들은 소프트파워의 요소들 가운데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 '디자인 요소(87.8%)를 꼽았다. 그만큼 소프트파워에 있어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디자인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도 디자인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어린이가천재'는 디자인을 내세워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얻은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 '클랜씨'는 2011년 하반기 론칭 당시 7억원이던 매출액을 2014년 102억원으로 올리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최근 3년 동안 종업원수와 매출액이 20%이상 증가하며 이른바 '가젤형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성장세는 여전하다. 중국 최대 쇼핑몰 T몰에 입점 준비 중이며 올해 말 입점을 예정하고 있다. 올해는 프랑스 파리에 유럽 합자법인을 설립,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자인 하나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클랜씨 매장 모습. 사진/클랜씨
기술력과 가격 격차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디자인이며, 앞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디자인에 별도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77곳으로, 전체의 24.4%에 불과했다. 나머지 238개의 기업(75.6%)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필요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또한 디자인 투자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기업도 있었다.
디자인 투자에 관심을 갖고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 역시 미미했다. 디자인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 기업은 전체 기업(315개) 가운데 5.4%인 17개 기업에 불과했다.
디자인 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의 절반은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필요를 못 느낀다(51.9%)'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지원에 대한 정보를 몰랐거나 지원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도 있었다.
중소기업들이 디자인 투자에 대해 선뜻 나서지 않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디자인 부서가 별도로 존재하는 대기업과 달리 제품기획에서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괄하기에는 디자인 비용, 관련 정보, 전문 인력, 시간 등의 측면에서 불리하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소기업 연구원은 "기술혁신과 R&D 등 모든 단계에서 디자인 주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 관점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산학연 협력, 1인창조기업, 프리랜서 디자이너 등에게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디자인 참여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