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한가위 부산회동에서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지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우려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룰 문제에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유엔 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입장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이날 오후 열릴 새누리당 의원총회 분위기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관계자는 “첫째는 소위 말해서 ‘역선택을 차단할 수 있느냐, 민심왜곡을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라며 “안심번호가 있다고 하지만 먼저 지지정당 묻고 난 뒤에 하겠다는 얘기 같은데 그럴 경우 역선택, 또는 결과적으로는 민심왜곡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번째는 통상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 된다. 그럴 경우 결국 조직력이 강한 후보한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며 “인구수가 적은 선거구의 경우에는 안심번호에 동의한 유권자가 노출되기 쉽고, 얼마든지 조직선거가 될 우려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관리한다면 그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 것 같은데 과연 국민들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국민공천이라는 대의명분에 대한 공감보다는 어떻게 보면 ‘세금공천’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커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중요한 일이 어떤 내부적 절차,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라든지 절차 없이 이렇게 됐고, 그래서 졸속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렇게 합의된 것이 바람직하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김 대표가 합의를 진행한 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당에서 정하는 공천룰에 청와대가 관여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심번호 공천제가 굉장히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지는 것과 관련해 우려할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입장 발표가 박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돼 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청와대 본관 전경. 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