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국제크루즈 부두가 두 개나 있지만, 내년부터 입항할 크루즈선은 2년 동안 크루즈 부두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새정치) 의원은 부산항만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내년부터 부산항에 입항하는 크루즈선은 크루즈 전용 부두를 놔두고 컨테이너부두나 페리부두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2일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2007년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8만톤급 이상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한 국제크루즈 부두를 조성했다. 그리고 올해 8월에는 2900억원을 투자해 신국제여객터미널과 터미널에서 가장 먼 서편부두 끝자락에 10만톤급 이상 대형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국제크루즈 부두를 추가로 조성했다. 하지만 현재 신국제여객터미널에 있는 크루즈 부두는 터미널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크루즈 선사들이 배를 접안시키지 않고 있다.
당초계획에는 크루즈 부두에 승객들이 내리면 관광버스를 타고 부산항 밖으로 이동시킬 예정이었지만, 보안당국이 크루즈 부두내 관광버스 입차를 금지시키면서, 부두에서 내린 승객이 약 1km나 걸어서 터미널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동삼동에 있는 국제크루즈 부두는 내년부터 15만톤급 이상 크루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2년간 선석길이 증설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부산항만공사는 공사가 시작되면 준공되기 전까지 동삼동 국제크루즈 부두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결국 부산항에 두 개의 국제 크루즈 부두가 있지만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되면 사용할 수 있는 크루즈 부두는 2년 동안 없는 상태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항만공사는 공사기간에 입항한 크루즈선을 페리부두와 감만부두에 접안시킬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원 "페리부두는 수심이 얕아 선박의 흘수(배가 물에 가라앉는 깊이)가 8m이하인 배만 접안할 수 있는데, 작년 기준 부산항에 입항한 8만톤 이상 대형 크루즈선 전체 8척 중 8m이하인 배는 단 1척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감만부두는 애초에 컨테이너 부두로 승객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화장실, 환전소, 관광안내소 등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열악하며, 부두 표면에 균열이 심해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감만부두에 내린 승객의 보안검색을 위해 임시 CIQ(세관, 출입국관리, 검역)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부산항만공사는 비용이 17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부산항만공사의 안일한 사업추진으로 2개나 되는 크루즈 부두를 만들어 놓고선 정작 크루즈선이 들어왔을 때 컨테이너부두를 사용해야 하는 말도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크루즈 관광객은 깨끗하게 정비돼 있는 아름다운 항구와 세련된 도시의 모습을 기대하고 한국에 왔지만, 막상 배에서 내리면 시야를 가리는 컨테이너와 시끄러운 굉음 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