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귀환, 건설·부동산경기 호전 등으로 제주도의 경기전망이 개선됐다. 전국 기업경기전망도 하락세에서 횡보세로 접어들며 내년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조사를 실시한 결과, 4분기 전망치는 ‘87’로 집계된 가운데 제주도는 ‘132’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감경기를 뜻하는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지난 분기 88로 9포인트 급락했던 경기전망지수 하락세가 진정국면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악화전망이 우세한 편”이라며 “메르스 종식으로 내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요인 불안이 아직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대부분 지역 체감경기가 기준치를 밑돌고 있지만 제주의 경기전망지수는 상승했다. 지난 3분기 제주도 BSI는 90에 그쳤지만 4분기 전망치는 42포인트 오른 132로 조사됐다.
매달 30만명 가량의 관광객이 들렀던 제주는 메르스로 7월 8만명까지 감소했으나 지난달 21만명 이상 증가해 소비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스로 인해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 다시 증가하면서 제품 판매량이 같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대한상의는 여기에 유입인구 증가, 외국인 투자로 인한 건설경기 호황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제주의 순이동인구(전입-전출)는 작년에 비해 25.1% 늘어 주택수요가 급증했고, 인구증가에 따른 건설수주(7월)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나 증가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전망치가 76으로 중소기업(88)보다 밑돌았다. 대한상의는 “철강·비철금속, 기계 업종의 대기업이 부정적 전망을 주로 나타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수출계획도 줄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내수진작’(54.4%), ‘기업 자금난 해소지원’(21.9%), ‘규제개선’(9.0%), ‘기업 인력문제 해소 지원’(7.0%), ‘창조경제 활성화’(5.2%) 등을 차례로 꼽았다.
정혁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경기불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국제적 경제 환경의 문제”라며 “노동개혁과 규제개혁과 함께 저성장 국제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신시장 개척, 수출선 다변화를 시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경제는 메르스라는 단기적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중국경제 둔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엔저, 북핵 등 여전히 많은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다”며 “저성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경쟁력 강화, 신시장 개척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역별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자료/대한상공회의소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