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상호 보완적 존재

입력 : 2015-10-05 오전 11:04:33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절실하다. 대기업은 스타트업 기업으로부터 부족한 아이디어와 성장 부진을 해소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을 통해 빈약한 자본과 인프라를 해결할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만남, 오픈 이노베이션의 출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경쟁이 아닌 보완과 협력의 대상"이라며 "서로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말부터 벤처붐이 확산되고 거의 모든 산업군이 글로벌 경제권으로 포함되면서 대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IT기술, 특히 인터넷의 보급과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등장한 IT벤처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빠르고 방대한 정보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읽는 능력이 대두되면서 한정적인 시장과 조직력, 자본격차 등으로 쉽게 비즈니스를 하던 대기업 시대는 막을 내렸다. 꼼꼼하지만 복잡한 의사 결정 과정과 신중하지만 느린 시장 대응, 구성원의 변화에 대한 저항 등은 투자자들에게 기업 성장의 방해 요소로 각인됐다.
 
보고서는 "대기업은 자본과 조직력을 통해 산업시대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이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진단했다.
 
코닥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필름카메라 시장의 절대강자로서 디지털카메라를 최초 개발했지만 시장 흐름을 놓쳐 결국 몰락한 기업으로 기록됐다. 신문·잡지 등 인쇄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후 검색과 광고기반의 구글이 등장하며 시장은 격변했다. 소니·닌텐도 등 비디오 콘솔 게임기 시장의 절대 강자들 역시 스마트폰과 앱스토어의 성장에 밀려 이익이 감소했다. 
 
최근에도 이같은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의 스마트폰 사업은 미국의 애플, 중국 샤오미·화웨이 등 후발주자에게 위협받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전기차 벤처기업인 테슬라의 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을 연구 중인 구글과 애플도 잠재적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본과 조직력은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체계의 단순화, 독립채산제 방식의 책임 경영 도입, 사내벤처기업 제도 등 대기업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온 기업의 DNA는 쉽게 바뀌기 어렵다. 빠른 비즈니스 트렌드 변화 감지와 실행력 부족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도 고민은 많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장을 창출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인력 등의 부족한 역량을 스타트업 스스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스타트업에게 협력 파트너를 찾는 게 중요한 과업으로 꼽힌다.
 
자본은 투자자를 통해 확보할 수 있지만 시장과 고객에 대한 접근은 차원이 다르다. 광고와 홍보, IT 기술을 기반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채널은 이미 기존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데뷔 무대인 '디데이(D.DAY)'가 개최됐다. 사진/ 뉴시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기업이 상호 가치교환을 통해 협력을 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는 오프라인 기업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이런 관점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벤처기업은 상호 보완적인 존재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트렌드에 민감하고 실행력이 강한 스타트업과 자본·조직력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은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뺏기지는 않을까, 인재가 유출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스스로 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조직 및 기업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마찰과 갈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만남과 협업은 중요하다"며 "대기업에게는 새로운 활력과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시장 개척의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스타트업에게는 더 큰 시장에 대한 접근을 통해 비즈니스의 크기를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협업은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스타트업 간의 교류와 투자자와의 만남이 성사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기존 시장 진출기업과의 만남도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 신사업담당자들도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고벤처포럼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 오후 5시부터 정해진 장소에서 열린다.
 
정부도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됐다. 보고서는 "대기업과 지방정부, 스타트업이 만나는 인프라와 프로그램으로는 손색이 없다"면서 "다만 효과적인 운영과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관이 아닌 자발적인 민간주도 형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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