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전격 타결되면서 TPP 가입 실기 및 경제외교 전략 부재에 대한 질타가 국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7일 국회에서 TPP 타결 영향 및 해외공관 시찰 성과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지난 5일 전격 타결된 TPP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향후 대책에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됐으며, 가입 시기 실기와 경제외교 전략 부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나경원 외통위원장은 질의 시작에 앞서 "최근 TPP와 관련해서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TPP가 통상분야라는 이유로 외교부가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결국 일반적인 외교, 안보 사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외교부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외교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TPP 가입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산업부 등 관련 부처에서 여러 보도자료가 나왔지만 국익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가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메가 FTA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협정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최 부총리는 가입 추진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협정문 전문이 아직 안 나온 상태에서 정부의 입장을 정하려면 협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뭔지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전체적인 (가입 추진)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세부적인 내용이 밝혀져야지 우리의 실익, 플러스 마이너스를 면밀히 따져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국익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통상절차법에 따라서 국회 보고와 공청회를 거치면서 정부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2008년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TPP에 가입 기회는 있었는데 결정을 못 하고 지나오니까 더 큰 문제가 됐다"며 정부의 실기 문제를 꼬집었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은 "(정부가) 얼마나 초라한 전략을 갖고 있느냐면 이 정부가 들어설 때 '우리는 FTA 허브 전략을 세워 거대 경제권과의 FTA는 가능한 지양하고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중소경제권과의 (협력을 통해) 허브 기능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TPP, 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같은 다자간 무역시스템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 예측을 못 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특히 정부가 한중FTA 체결과 TPP 가입 사이에서 외교 전략적 움직임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이쪽으로 확 가다보면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과도하게 립서비스 하니까 오해를 사고, 그걸 또 헤지(위험분산)하려고 또 과도하게 (움직여) 양국에서 불신을 샀다"면서 "우리만의 속도와 국제적 흐름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고 너무 현상유지적이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트레드밀 뛰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도 "정부조직법 30조에 외교장관의 역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경제외교, 국제경제협력외교를 하게 돼 있다"며 "지금 외교는 북핵외교도 하고 통일외교도 해야 하지만 경제외교도 정말 중요하다. 물론 협상을 하는 기능은 산업부로 이관됐지만 환율, 금리 등 경제외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장관은 TPP 관련 향후 대책과 관련해 "앞으로 각국의 비준절차 진행 상황이라든가 TPP 협상 가입조항 내용, 각국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어제 미국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이 방문해 우리와 이야기했지만 미국 측도 기본적으로 우리와 TPP 참여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그런 큰 틀의 논의를 정부부처 간에 협의를 통해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