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디젤차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성능을 개선한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주목받고 있다.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로 인한 디젤차의 생산 비용이 증가와 함께 소비자의 불신도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차 상승세가 예상된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폭스바겐 사태 속에서도 늘었다. 8월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19.7% 증가한 2만381대가 새로 등록됐다.
하지만 디젤차 성장세는 주춤했다. 수입 디젤차 9월 판매 점유율은 67.8%로 8월 대비 4.5%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가솔린차 점유율은 8월 25.5%에서 27.5%로 2% 포인트 늘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점유율도 4.4%로 전월 대비 2.4% 포인트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사태가 심각해지며 디젤차 상승세도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유럽은 이미 2011년(56.1%) 이후 매년 디젤차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저렴한 미국은 가격이 비싼 디젤차보다 가솔린차의 판매가 월등히 높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도 강화될 조짐이어서 디젤차 판매 전망이 어둡다.
UBS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강화된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비용 인상이 불가피해 저수익 소형차부터 디젤 모델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업체들이 먼저 디젤차 생산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때문에 꾸준한 성능 개선으로 연비가 좋아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가솔린차는 엔진 자체가 정숙하고 안락해 소음과 진동에서 자유롭다. 디젤차에 비해 연비가 아쉽지만 최근 업체들의 엔진 개발 경쟁으로 연비가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저유가 흐름으로 가솔린차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최근 FCA코리아가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프 레니게이드, 포드가 내놓은 뉴 익스플로러 등 수입 가솔린 차량에 대한 계약과 문의가 늘고 있다. 또 닛산의 맥시마와 혼다의 신형 파일럿 등 미국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가솔린차도 잇따라 선보인다.
친환경차의 선두주자인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출시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차 신형 ES300h가 한 달간 529대 판매돼 9월 수입차 최다판매 6위에 오르는 등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기존 모델인 프리우스에 대한 문의도 늘어나는 등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의 대명사인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지금까지 가장 큰 적이 바로 '클린 디젤'을 앞세운 폭스바겐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판매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디젤 외에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엔진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며 성능 개선을 이룬 업체들의 향후 판매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출시해 100대 이상 판매가 완료된 지프 레니게이드(왼쪽)와 국내 수입 하이브리드차 인기를 이끌고 있는 렉서스 ES300h. 사진/ FCA코리아, 렉서스코리아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