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은 연준에 금리 인상을 서둘러 줄 것을 촉구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모인 각국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금리가 인상돼야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고 지적했다.
카르로스 페르난데스 발도비노스 파라과이 중앙은행 총재는 "모두가 9월에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지난달 금리가 동결된 후에는 12월에 거론됐다"며 "이제는 내년 1월 이후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어떻게 우리가 준비를 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수크다페 싱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역시 "연준의 금리 인상 연기는 현재 상황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신흥시장의 막대한 부채가 문제라면, 금리 인상 지연이 이런 이슈를 억제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타르만 샨무카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 역시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신흥국 중앙은행이 자본유출 충격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있지만 연준의 애매한 행동이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중앙은행 관계자들 뿐 아니라 선진국 중앙은행 관계자들 역시 이러한 의견에 동의해 눈길을 끌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는 "연준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이 신흥국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은 금리 인상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차라리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고 이것이 세계 경제에 더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앙은행 수장들의 이와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날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금리 인상 연기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피셔 부의장은 "연내 금리 인상이 약속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 참석한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 (사진=로이터통신)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