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배성우에게는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기보다는 작품 중간 어느 틈엔가 나타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는 역할을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잠깐의 등장이라고는 해도 그가 머문 자리에는 늘 묘한 기운이 감돈다.
배성우의 매력은 캐릭터에 반전의 묘미를 싣는다는 데 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예상에서 벗어난 캐릭터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겉모습과는 상반되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몬스터'에서 배성우는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바보 같다가도, 막상 싸움이 붙으면 광기를 보이며 살인흉기처럼 온몸을 던지는 인물을 선보였다. 영화 '인간중독'에서는 깊은 상처가 있는 얼굴로 등장해 마치 악역과 같은 인상을 주지만, 알고 보면 감성이 풍부한 춤 선생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퀵 퀵 슬로우 슬로우'라는 구호와 함께 자연스럽게 스텝을 밟는 그의 모습은 주인공인 송승헌과 임지연만큼 기억에 남았다. 영화 '베테랑'에서는 초반부에는 사나운 악역처럼 나오다가, 금세 꼬리를 내리고 경찰이 시키는 대로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로 나섰다. 또 '오피스'에서는 연쇄살인마의 인상을 풍기지만, 결국에는 삶에 찌들어 자살하는 가장으로 분하며 묘한 씁쓸함을 안겼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 배성우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22일 개봉하는 새 영화 '특종:량첸살인기'에서는 카리스마 넘치고 영민해 보이는 경찰인 오 반장 역으로 등장한다. 이번에도 역시 반전이다. 오 반장은 진범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다가, 실제로는 극중 주인공 허무혁(조정석 분)이 쳐놓은 거짓말에 완전히 놀아난다. '보고 싶은 현상만 믿는' 우매한 대중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배성우가 출연한 작품 중 올해 개봉하는 영화만 12편이나 된다. 그만큼 그는 많은 감독들이 찾는,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다. 놀라운 점은 수많은 작품에 출연함에도 매번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배성우는 작품마다 반전의 매력을 보인다는 것에 대해 "꼭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자체가 서스펜스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노골적으로 색을 드러내기보다는 착할 것 같은 사람이 나쁘거나, 나쁠 것 같은 사람이 착한 반전을 좋아한다. 영화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내 취향이 작품 속 캐릭터에 묻어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화 '더 폰' 배성우 스틸컷. 사진/NEW
배성우는 새 영화 '더 폰'에서는 주연배우로 관객들과 만난다. '더 폰'은 1년 전 살해당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은 한 남자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루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배성우는 정체 불명 용의자로 등장해 손현주를 압박한다. 이번에도 특별한 반전이 숨어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더 폰'을 통해 영화 첫 주연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배성우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인물이기 때문에 즐겁게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약 10여 년간 연극 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우뚝 선 배성우가 과연 주연으로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충무로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