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개발에 업체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업간 협력,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전진하는 전기동력차, 후진하는 자율주행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0만대를 넘어서 승용차 판매의 0.5%를 차지했다. 누적판매는 66만5000대를 기록하며 전기차 출시 후 4년간의 판매 증가율은 하이브리드차 증가율을 상회했다. 올 상반기에는 20만2741대가 판매돼 올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43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첫 SUV 전기차인 '모델 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AP뉴시스
전기차의 수요 증가는 1회 충전에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모델을 생산하는 고급차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 전기차 가격의 지속적 하락,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전기차용 고속 충전기 설치, 이동형 충전기의 보급 확대 등 정책적 지원까지 이뤄지면서 전기차의 향후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상용화 진척 속도는 부진하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국내 관련 기업간의 협력이 부진한 것을 꼽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국내 업체들은 다시 선진 경쟁업체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추격전략을 준비하는 실정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이 부진하자 수출과 해외생산을 추진하며 외국 완성차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또 수소연료전지차의 양산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한 현대·기아차는 2013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시험 주행 대수를 기록했으나 국내 민간 판매는 2020년에나 가능할 전망이고 전기차도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기차 발전이 부진하면서 일각에서는 친환경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 강화에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클린디젤차의 경쟁력이 글로벌 업체들과 차이가 크고, 최근 발생한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사태로 ‘클린디젤’ 열풍의 거품이 제거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특허 출원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18개 대형 완성차 업체들은 2013년 대비 7% 늘어난 5만70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웠했다. 이 중 85%가 대체 동력기술 분야였고, 일본의 토요타가 26%를 점유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하고 있는 토요타는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1% 늘어난 1750건의 하이브리드차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회를 국내 완성차 업계가 놓치지 않고 기업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테슬라에 이어 보쉬와 존슨 컨트롤스 등 자동차 부품업체도 배터리 사업에 진입해 2018년을 전후로 공급과잉에 따른 배터리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판매를 확대해 배터리 수요를 견인하고 배터리 업체는 저비용 고성능의 배터리를 국내 업체에 우선 공급하는 업무 협력 체계를 갖춰 전기차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지원 및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각국 정부가 전기차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이유는 앞으로도 자동차산업의 고용과 생산 유발효과가 어느 산업보다도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금융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산업을 육성한 미국과 영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현대차의 전기차 ix35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뉴시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