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중국, 전기차 시대 제패를 꿈꾸다

입력 : 2015-10-05 오후 1:48:34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화석연료 시대 자동차 시장을 글로벌 브랜드에 내줬던 중국이 로컬 브랜드가 활약하는 전기차 시장을 꿈꾸고 있다. 최대 난관인 기술 격차와 인프라 부족을 활발한 기술 도입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LG경제연구원은 '전기차 시대, 중국 토종기업들의 캐치업 전략'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로 대표되는 신에너지차 분야에서 중국이 시장 선두를 차지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 비해 수십년 뒤쳐진 전통 자동차 산업과 달리, 신에너지차는 모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원가 경쟁력과 방대한 자국 시장이라는 강점을 가진 중국의 무기는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지난 2008년 전산업군에 걸쳐 타격을 준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은 신에너지차를 전략적 신사업으로 꼽았다. 중국 역시 이를 목표로 지난 6년간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2009년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차 시범보급을 시작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는 북미와 유럽, 중국, 인도 승용차 시장을 조사한 뒤 "전통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에 비해 수십년 뒤쳐져 있지만 신에너지차 영역에선 선두를 거머쥘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 지원책을 등에 업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각 산하 기관의 신에너지차 구입과 구입 보조금, 세금 감면, 관련 연구개발, 부대시설 건설 등 지원책이 쏟아져 나왔고 지방정부 역시 관련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를 갖추게 된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GDP의 10% 가량을 담당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발전의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자동차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기타 오염 물질들은 주요 스모그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고 대란 수준의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과 칭화대학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손실은 질병 치료에만 GDP의 1.2%, 그 외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3.8%에 해당한다.
 
에너지 안보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중국 내 석유 소비량은 5억2000만톤을 넘어섰다. 중국의 원유 생산량은 연간 최대 2억톤 수준이다. 수입의존도가 59%에 달하는 최대 원유 수입국 중국입장에서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맥킨지는 오는 2025년 중국 자동차가 소비하는 원유가 전세계 공급량의 약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적극적 지원 정책에 대한 실효성도 아직은 미지수다. 맥킨지가 지난 4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신에너지차 산업에 이미 약 370억위안(6조8157억원)을 투자해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 소비자, 연구기관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충전시설을 건설했다. 소비자들에게는 구매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혜택 등이 제공됐다.
 
하지만 현재까진 그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시장에선 아직까지 소비자를 사로잡을 만한 신에너지차가 많지 않고 인프라 및 인지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당초 책정한 목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 보급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다소 개선된 점이 위안거리인 정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신규 순전기승용차기업 관리규정'에 따라 지난 7월10일부터 신규기업의 투자 총액과 생산규모를 정부의 '자동차산업발전정책'이 규정한 최소요건에 제한받지 않게 했다. 막대한 투자 금액과 기술 리스크로 인한 장벽을 허물어, 핵심기술은 있지만 생산 능력이 없는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기술적 난관을 인수합병을 통한 핵심기술 획득으로 헤쳐 나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수합병은 일반적으로 자본은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에게 연구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빠르게 양산에 돌입할 수 있는 지름길로 꼽힌다.
 
2012년 5월 설립된 궈넝의 사브 인수와 지리의 볼보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단순한 자금력이 아닌 적극적인 신에너지차 발전 및 브랜드 회생 계획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이처럼 중국 업계는 해외 자동차 기술을 도입해 자국에서 생산하는 방식이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치위민 화천 BMW 대표는 "지난 30년간 중국 자동차 업계는 시장을 내주는 대가로 기술을 얻으려 했지만 핵심 기술은 확보하지 못해 발전이 더뎠다"며 "핵심 기술 하나가 중국 브랜드 발전을 10~15년 정도 앞당길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배우는 것은 국산 브랜드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51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판매량 기준 글로벌 4강에 진입한 베이치신넝위안이 대규모 충전소 확충 사업을 펼치거나 한국 SK그룹, 중국 ATL과의 합자회사를 통한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에 나거는 것 등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좋은 사례다.
 
LG경제연구원은 "산업발전 과정에서 선진국의 경험을 답습하지 않고 일거에 뛰어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중국이 신에너지차 분야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서 방문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참가업체 중 60% 가량이 해외업체였던 당시 행사에서 중국 및 아시아 업체의 비중은 약 20%였다.(사진=뉴스1)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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