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목마탄 부동산 시장

입력 : 2015-10-2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박관종 건설부장] 그날 밤 트로이는 승리에 도취돼 있었다. 전리품으로 받아들인 목마를 광장 한가운데 두고, 술과 음식으로 축제를 벌였다. 몇몇은 목마를 불태워버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바친 존경의 상징을 없애버리는 것에 동의하는 위정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토론과 축제로 밤을 지새운 트로이 사람들은 안도 속에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오디세우스의 명령을 받은 병사는 목마에서 빠져 나와 잔뜩 독을 품은 그리스 함대에 횃불을 들어 보였다. 적의 손에 의해 성문이 열리며, 트로이는 삽시간에 함락 당한다.
 
오디세우스의 책략으로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아는 그리스 신화의 하이라이트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조금은 어이없는 목마 작전이 얼마나 치명적인 침투 작전 이었던지, 오늘날 최악의 컴퓨터 악성 바이러스 중 하나의 이름이 ‘트로이의 목마’일 정도다. 이 바이러스는 프로그램에 몰래 침투해서 자료를 삭제하거나, 개인 정보를 빼낸다.
 
최근 분양 시장 돌아가는 판을 보면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의 목마’가 떠오른다.
 
너도 나도 활황에 도취돼 혹시 모를 재앙에 대한 대비 없이 앞만보고 달려가고 있다. 숨죽이고 있는 위험이 언제 튀어 나올지 예측하기를 ‘애써’ 꺼리는 모습이다. 이때다 싶은 건설사들은 이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투자자와 수요자들이 한대 섞여 청약률 허수를 높인다.
 
얼마 전 부산에서 분양된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펜트하우스의 3.3㎡당 분양가가 무려 7000만원에 달했다. 평균가는 2700만원이 넘는다.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렸지만 1순위 청약 결과 839가구 모집에 1만4450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17.22대 1, 모든 주택형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도 4000만원이 넘는 단지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일단 분양에는 성공을 거뒀다.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106만원. 분양가 상한제 시행 직전인 2007년 상반기(1110만원) 수준에 도달했다. 경기지역 분양가(1050만원)는 2007년 상반기(941만원) 대비 1.6%나 올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투심이 몰린 수치일 뿐 계약은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과 ‘입주 시기 가격하락으로 폭탄이 될 것’이란 걱정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규 분양이 증가한데가 이렇게 분양가가 높아지자 집단대출 규모가 연일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대출 잔액이 458조원으로 한 달 사이 무려 6조원이나 늘었다.
 
무서울 만큼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자 은행권은 수익을 내면서도 오히려 불안해 하고 있단다.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경우, 역전세난에 따른 이자 연체 등 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지난 2008년 수만 가구가 동시 입주 하며 몇년 전 예견된 역전세난으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었다.
 
연일 수천, 수만 개의 청약통장이 모여드는 시장에서 승전보가 이어질지, 아니면 가격폭락이란 복병이 파멸을 가져올지 잘 지켜봐야 할 때다. 정부와 기업은 그때 가봐야 안다는 무책임함을 목마와 함께 태워버리자.
 
  
박관종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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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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