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더 이상의 혁신은 없다.'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기술적 혁신은 여기까지인 것일까.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미래의 스마트폰 혁신,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를 통해 "업계가 더 많은 가능성에 도전하고 사용자들이 폭넓게 기술을 수용한다면 정체된 듯 보이던 스마트폰 혁신은 다시 시작돼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되고 화면크기가 커지면서 해상도와 화질이 성숙기에 접어 들었다. 사용자 또한 더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열광하며 지갑을 열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저가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고가 제품이 뚜렷한 성능 차이나 기능의 우월함을 보여주지 못하자 사용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디자인이나 메탈 재질 적용 등에 따라서 판매량이 좌우되고 있다. 스마트폰 혁신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다.
보고서는 "스마트폰이 더이상 혁신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기보다 제조사 입장에서 이미 검증된 기존 PC기술이나 다른 모바일 기기 기술에서 쉽게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 고갈된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PC에 없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모바일 기기용으로 설계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지난 2010년 6월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아이폰4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스마트폰에서 혁신이라고 하면 애플의 '아이폰'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로 돌아가보자. 지난 2007년 1월 애플은 '애플이 전화기를 재발명했습니다(Apple reinvents the phone)'라는 문구를 앞세워 아이폰을 소개했다.
당시 아이폰이란 하드웨어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지 못한 채 PC만 제조했던 애플이 갑작기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화제를 모았다. 실제 개념만 보면 아이폰이 기존에 나온 스마트폰과 큰 차이점은 없었다.
하지만 애플은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정전식 터치 기술을 적용해서 여러 손가락을 사용한 멀티터치를 가능케 했고, 비교적 낮은 성능의 칩에서도 쾌적하게 돌아가는 최적화된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
또 써드파티 앱을 허용하고 앱스토어를 만들어 개발자를 끌어들였다. 이것은 기존에 나온 비슷한 컨셉의 여러 기기들이 실패한 원인을 제대로 극복한 시도였다.
이미 시장에는 야심차게 적용했다가 여러 이유로 조용히 사라진 기술이 있다. 이들 중에는 근본적으로 호응받기 힘든 기술도 있지만, 기술 수준이 아직 충분히 올라오지 못했거나 적당한 쓰임새를 제공하지 못해 부진을 겪은 경우도 있다.
보고서는 "PDA와 초기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어떤 계기를 통해 장애물을 걷어낸다면 또 다른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이 중 일부는 미래 스마트폰의 혁신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도 있다"고 전했다.
우선 하드웨어를 살펴보면, 한 때 애플이 주도하는 일체형 배터리 기술과 안드로이드폰이 주도한 분리형 배터리 방식이 공존했지만, 최근 일체형 디자인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메탈 재질의 일체형 디자인은 견고함과 방열을 함께 해결할 수 있기 플라스틱보다 미래지향적이다. 지금 메탈은 알루미늄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합금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방수·방진 기술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며 스마트폰의 활용범위를 넓혀준다. 생산 단가가 비싸지고 무게와 두께를 높이는 단점 때문에 아직 확산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제대로 적용된다면 수중촬영이나 비가올 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생활 속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폰의 형태도 발전 가능성이 많은 분야다. 피처폰에서는 바(Bar) 형에서 폴더형을 거쳐 슬라이드 형태까지 기능성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 변화를 겪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는 배터리 용량과 화면 크기 확장이란 측면 때문에 다시 바 형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보고서는 "이제는 보다 휴대하기 편하면서도 넓은 화면을 제공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한 혁신이 이뤄질 차례"라며 "폴더형으로 듀얼 화면을 제공하는 방식이 있고 슬라이드 형으로 메인과 서브 화면을 제공하는 방식, 바 형에서 디스플레이가 양면으로 배치되는 상황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휴대성과 디스플레이 크기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접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바람직하다"면서 "말거나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이 등장한다면 휴대형태에서 또 다른 혁신제품이 등장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OS의 발전이 기대된다. 현재 스마트폰의 OS는 PC운영체제의 발전 수준까지 도달했다. 직관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GUI)와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끌고 돌리고 넓히는 조작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비서 시스템인 '시리', '코타나' 기술이 키보드 입력 대신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은 아직 PC기반의 정지된 인터페이스에 머무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래에는 SF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처럼 운영체제 스스로가 지능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사용자에게 말을 걸고 교감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개인화된 비서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진짜 인간형 비서처럼 완성되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혁신의 관건은 센서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은 아직 인간의 감각 증 시각(카메라와 조도센서), 청각(마이크), 방향감각(나침반과 가속도센서), 위치감각(GPS) 정도만 갖췄다. 후각과 미각, 촉각에 해당하는 감각을 구현하는 센서가 발달해서 적용된다면 더 넓은 쓰임새가 보장된다.
보고서는 "스마트폰이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촉각을 느끼며 이것을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해줄 수 있다면 인간의 소통범위가 몇 단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