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통화가치 상승·자금 유입…신흥국 재부상하나

미국 금리인상 전망 약화에 다시 투자금 유입

입력 : 2015-10-22 오후 3:13:04
지난달 중순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신흥시장에 대한 자금이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달 들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금리인상 지연으로 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에 대한 의견과 그동안 급락에 따른 안도랠리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다음주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지연 기대에 신흥국 통화 강세
 
10월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강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6일 태국 바트화 가치는 9월 저점 대비 5.10% 오르며 월간 고점을 형성했고 한국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상승했다. 특히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상대적으로 침체 우려가 컸던 신흥국 통화 가치가 안정화됐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시작된 신흥국 주식 자금 이탈도 일단락됐다. 15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AML)는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L) 조사를 기반으로 한 보고서에서 14일까지 한 주 동안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7억38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순유출 자금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주간단위 순유입을 나타낸 것은 석달 만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내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감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8월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는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를 부추기면서 자금 순유출 속도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미국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금리인상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감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부진한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달러 약세를 부추긴 것은 지난달 고용지표 결과였다. 9월 비농업고용은 14만2000건을 기록해 예상치인 20만건을 크게 하회했다. 8월 수치까지 13만6000건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두 달 연속 고용 호조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20만건을 밑돌았다.
 
아울러 14일 발표된 지난달 소비와 물가 지표도 실망스러웠다. 9월 근원 소매판매는 예상치를 밑돈 0.3% 감소를 기록했으며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하락해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에 대한 확신이 첫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7~28일 FOMC 주목되나 추가 강세 어려울 듯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0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경우 신흥국 통화의 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게다가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어 연준의 금리인상 지연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9일 발표된 중국 3분기 경제 성장률이 6.9%로 정부 기대(7.0%)를 밑돌아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것 역시 금리 인상 지연 전망을 부추겼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위해 글로벌 경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할 때 중국의 최근 지표 결과는 금리인상에 좋은 근거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흥국 통화 강세의 분위기가 장기화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적지만 연준이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신흥국 경기가 안정화될 경우 금리를 올리겠다고 언급한 만큼 깜짝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FOMC 회의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오자 달러는 강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20일 주요 통화 대비 달러 흐름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달 새 저점(93.93) 대비 1.13% 올라 95.01포인트를 기록했다.
 
결국 연준의 금리 결정 전까지 신흥국 통화 추이는 방향성 탐색에 나설 뿐 추가 강세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알렉스 울프 스탠다드라이프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정책 방향이 확실해지고 신흥국 자체적인 구조개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신흥국 통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은행의 직원이 달러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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