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승승장구하던 부동산판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을 좌지우지하는 돈맥을 옥죄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금융·세제 총괄기관인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국토부 고위직을 장악할 거라는 소문도 돌고 있네요. 내정된 차기 장관에 이어서 말이지요. 이는 까마귀가 나는데 배가 떨어진 것에 불과한 것일까요?
최근 금융감독원은 분양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시중은행에 내렸다고 합니다. 중도금 집단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적용받지 않죠. 개인이 아니라 특정단체 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들에게 해주기 때문인데요.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이며 대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또 이보다 앞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를 축소키로 했죠. 금융위원회의 지시에 따른 조치인데요.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시 최우선변제권 액수만큼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줄어듭니다. 최우선변제금은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대출한도에서 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 등에 이같은 위험을 넘기고 대출을 한도까지 해줬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LTV 70% 적용을 받는 서울에서 5억원 아파트의 대출한도는 3억5000만원인데요. 최우선변제금 3200만원을 빼야하기 때문에 한도는 3억18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시범사업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다른 은행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죠.
내년부터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시 상환 능력에 대한 검증도 강화됩니다. 기존 대출 심사가 담보중심의 심사였다면 개선되는 정책은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이죠.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뜻하는 DTI 강화하겠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이렇듯 서서히 조여오는 금융권에 대한 대출 압박. 그리고 이 시점에 박근혜 정부 세 번째 국토부 장관으로 기재부 출신의 인사가 내정됐죠. 기재부는 국내 경제를 진두지휘하는 기관으로, 세제와 금융 운영의 정점에 서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국토부로 처음 온 교수 출신 장관은 도시와 부동산이 전공입니다. 크게 이상할 것 없는 선임입니다.
두 번째 장관은 국회의원이죠. 당시 뉴스테이법 등 국토부 핵심 현안이 국회에 막혀있던 상황에서 이를 풀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억지스럽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내정된 기재부 출신 강호인 장관 내정자는 위에서 어떤 지령을 받고 국토부로 온 것일까? 최근의 금융규제와 무관한 것일까? 경제부총리을 겸하고 있는 기재부 장관이 기재부내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단순 인사일까? 일련의 과정이 정부의 부동산시장 운영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