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2일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이북지역 진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동맹을 중요시하며 이는 ‘국제법’에 기반한 동맹”이라며 사실상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가능한 발언을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카터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장관과 제4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 도발과 관련한 모든 문제는 동맹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정부는 ‘헌법’상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고 휴전선 이북도 우리 영토이기에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입에는 우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측은 ‘국제법’상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는 한반도 이남에 국한되기에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이북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나온 질문 역시 한국의 헌법과 일본의 국제법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카터 장관은 헌법에 대한 특별한 언급없이 국제법에 대한 언급만 내놨다. 다만 “국제법에는 주권 존중의 원칙도 있고, 미국은 각 국의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양국 국방장관은 SCM을 통해 ‘4D 작전계획’ 수립을 공식화했다. 4D작전은 유사 시 북한 미사일 기지나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하는 것을 뜻하며, 기존의 방어적 개념에서 선제타격을 염두에 둔 공격적 작전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양국 장관은 ‘대화력전 능력 공동 검증계획’ 완성을 평가하면서, 한국군 대화력전 능력의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전력을 한강 이북 현재 위치에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양국간 방산기술 협력 문제를 다룰 전략적 수준의 ‘방산기술전략협력체(Defense Technology Strategy and Cooperation Group)’의 신설에도 합의했다.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 미 국방부와 국무부 공동 주관 하에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이 협력체를 통해 양측은 방산기술전략과 협력 의제를 더욱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KF-X) 관련 핵심 기술 이전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터 장관은 “미 정부는 한국의 KF-X 사업을 전폭 지지한다”면서도 “미국 국내법상 특정 기술의 해외 이전은 안 된다. 새로운 기구가 법을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