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 기자] GS건설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분양한 메세나폴리스는 최근 애프터리빙으로 살던 90가구가 집을 비웠다. 현재 남은 물량은 90가구가량으로, 3년 전 애프터리빙으로 입주했던 220가구의 40%에 달한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내놨던 '애프터리빙제' 등 전세형 분양 단지들의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수천가구에 달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다시 시장으로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형 분양제는 '애프터리빙제', '리스크프리제', '분양조건부 전세' 등 명칭만 다를 뿐 실체는 비슷하다. 2~3년간 전세로 살아본 뒤 분양 받거나 분양 의사가 없을 경우에는 환매해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단기간에 미분양 아파트 입주율을 높여야 하는 만큼 전셋값 수준이라도 받으려는 것이다. 분양계약을 근거로 금융권으로부터 집단대출을 일으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더러 일반적으로 신규 단지가 미분양이 되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가치 하락에 따른 더 큰 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서울특별시 SH공사가 2012년 말 은평뉴타운에 애프터리빙제의 원조격인 분양조건부 임대를 선제적으로 도입, 2013년 1월 상당기간 적체됐던 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 615가구를 한 번에 해소한 바 있다.
대형사들도 앞다퉈 미분양 해소를 위해 비슷한 유형의 전세형 분양단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GS건설은 '일산 위시티 자이'의 미분양물량 300가구를 모두 '애프터리빙제'로 계약했고, 두산건설도 2700가구 규모의 '일산 위브더제니스'의 미분양 물량 가운데 1700가구가량을 '애프터리빙제'로 계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현대건설(000720)은 '성북 힐스테이트'에 '분양가 안심리턴제'를,
대우건설(047040)은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에 '프리리빙제'를, 롯데건설은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에 '리스크프리제'를, 한화건설은 '한화 꿈에그린월드 유로메트로'에 '계약금 안심보장제'를 각각 내걸었다.
문제는 이들 단지의 만기계약 이후다. 계약이 끝난 후 입주자들이 분양을 포기할 경우 다시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된다. 특히, 일반적인 '악성 미분양'과는 달리 2~3년간 세입자들이 살았던 '중고' 악성 미분양이 되는 셈이다.
A건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들 '애프터리빙제' 아파트들이 미분양 아파트라는 것"이라며 "거기다 신규 입주아파트가 아니라 누군가 살았던 '중고' 악성 미분양이라서 건설사들의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악성 재고 물량 적체로 투자금 회수는커녕 자금난에 빠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이들 물량들이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아 분양시장에 큰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미분양 주택 통계에는 정식 계약이 아닌 전세형 미분양 주택 계약도 분양주택으로 간주돼 미분양에서 빠져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3년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자체 현장조사를 통해 전국 25개 단지 총 3만2541가구 규모의 단지가 전세형 분양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것으로 파악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과잉공급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양시장에서 한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물량들이 '악성 미분양'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기존에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물론, 단지 이미지 하락으로 매매가가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애프터리빙제' 계약 물량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시장에 악성 미분양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일산 위시티'에서 공급된 '애프터리빙제' 분양 당시 현장.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