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인터뷰) "날씨경영 이젠 필수"

전병성 기상청장 "올해 기상기술 독립..날씨파생산업 발전할 것"
"물은 자원..가뭄 뒤 단비 경제 가치 4600억"

입력 : 2009-08-07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날씨 경영 이젠 필수입니다"

 

전병성 기상청장은 날씨의 경제적 가치를 중시한다.

 

"기업은 정해진 사업환경을 전제로 수지의 예산을 세우고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기 불순이나 이상기상 등 날씨의 변동으로 매출감소나 가격변동으로 인해 수익이 크게 감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 청장은 이와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날씨파생상품'이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날씨에 따른 산업계의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도 날씨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 것"이라며 "날씨금융사업, 기후산업 등 다양한 파생산업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담 = 김종화 정책팀장

 
- 가뭄 뒤 단비는 4600억원, 장맛비 247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는데.

 

▲ 가뭄 뒤 단비에 대한 4600억원의 경제적 가치는 강수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한 최초의 시도로 산정분야는 가뭄해갈, 댐과 저수지의 용수확보, 산불방지, 오염물질 제거에 따른 대기질 개선과 같이 비가 내릴 때 대표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순기능들이다.

 

각 분야별 가치를 산정한 결과 전국적인 가뭄해갈은 효과는 1573억원, 농업 및 공업 용수확보가 140억원, 산불방지가 9억원, 대기질 개선이 2913억원으로 모두 합하면 4635억원이다. 그러나 이번 계산은 수돗물 공급, 산림 및 농작물의 생육, 하천 및 바다의 수질개선, 도시 냉각효과 등 추가적으로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최소한의 경제적 가치로 나머지 부분을 체계적으로 고려할 경우 그 가치는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맛비 2470억원은 댐 등 대규모 저수시설이 없는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전체 면적에 최근 30년(1979∼2008년) 동안 장마기간에 내린 평균 강수량 364.7 mm를 모두 농업 또는 공업용수(용수단가 : 48원)로 확보할 경우 계산된 가치다. 따라서 강수의 경제적 가치 산정분야를 추가적으로 포함할 경우 강수의 가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럼 '비'의 경제적 가치를 일반인들이나 기업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 국민들의 '물(빗물)은 자원이다'라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단비와 장맛비의 경제적 가치 평가는 우리의 생활에서 '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은 강수에 의한 인명 또는 재산상의 피해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혜택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기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용수부족 문제를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으로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했다. 더욱이 국가 차원에서는 6~9월에 집중된 강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댐이나 저수지 등 물 저장소의 확충과 관련된 정책개발이 시급함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강수 1mm가 갖는 경제적 가치는 최소 20억에서 최대 2000억까지 다양하다. 비 1mm가 내리면 1억 톤의 물이 우리 땅에 생기는데 그 중에 27%인 2,700만 톤만이 이용 가능하다. 따라서 연 평균 강수량을 1300mm라고 가정할 경우 그 경제적 가치는 1.7조원 정도에 달한다. 이외에 일반 국민, 기업 그리고 국가에서 '비'의 가치를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할 경우를 고려해 볼 때 그 활용 효과는 수십 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날씨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날씨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날씨 관련 파생상품이 있나.

 

▲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경기보다 마케팅, 마케팅보다 날씨'라는 말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날씨파생상품(Weather Derivatives)'은 1997년 미국에서 생겨난 신종 상품이다. 기업은 정해진 사업환경을 전제로 수지의 예산을 세우고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기 불순이나 이상기상 등 날씨의 변동으로 매출감소나 가격변동으로 인해 수익이 크게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날씨에 의해 야기되는 수익감소 리스크(Risk)를 피하고, 수익 안정화 효과를 제공하는 파생상품이 '날씨파생상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날씨에 따른 산업계의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도 날씨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 것이고 날씨금융사업, 기후산업 등 다양한 파생산업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 인공강우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업체들이 참여하나. 수혜주는. 
  
▲ 아직 인공강우 관련업체가 없어 경제적 수혜주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최근 2년간의 실험으로 인공강우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단계고 앞으로 2~3년간은 보다 많은 실험데이터를 확보해 사업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은 약 40배 정도의 투자대비 경제효과를 보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사업성 평가 연구 이후에 민간업체들의 참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인공강우란 눈이나 비를 내리지 못하고 떠다니는 구름에 항공기 등을 이용해 인공눈 씨를 뿌리거나 드라이아이스로 온도를 낮추는 등 인공적인 방법을 동원해 지상으로 눈이나 비를 내리게 하는 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37개 국가에서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수행 중이다.

 

- '통신해양기상위성(COMS)'을 올해 발사한다고 들었다.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나.

 

▲ 우리나라 첫 기상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은 기상, 해양, 통신탑재체가 같이 실린 다목적 위성이다. 기상청이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2003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총 개발비는 3500억원이 들었으며 이중 기상청은 750억원을 부담했다.

 

인공위성에 장착된 기상센서는 적외선 영역의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야간에도 연속적으로 관측이 가능해 24시간 기상감시를 할 수 있다. 통신해양기상위성이 금년 말에 발사되면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기상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된다.

 

우리나라가 기상위성을 보유했다는 국가위상 제고의 의미도 있겠지만 활용적인 측면에서 기대가 더 크다. 인공위성을 보유함으로써 기존에 30분 간격으로 일본의 위성자료를 받아 일기예보에 활용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역을 볼 수 있다.

 

또한 최소 8분 간격으로 우리나라 주변을 관측할 수 있으므로 기상예보와 위험기상 조기예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원격탐사 장비인 기상위성을 독자적으로 갖는다는 의미는 미국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의존하다 기상기술의 독립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또 우리나라의 기상업무의 범위가 우주로 확장된다는 의미도 가진다. 기상청은 통신해양기상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향후 정지궤도복합위성의 개발 등에 참여해 우주기반으로 전지구 기상과 기후환경 감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한반도의 기후대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는 이미 '아열대' 인가.

 

▲ 지난 100년(1908∼2007) 동안 서울의 기후자료 분석 결과 연평균기온은 2.4℃ 상승하고 연강수량은 27% 증가했으며 열대야일수가 6배 증가하고 호우일수(150㎜)가 140% 증가했다. 또 서울의 여름 시작일은 6월11일에서 5월27일로 약 15일 빨라졌고, 여름 종료일은 9월10일에서 9월27일로 17일 길어져 여름 지속기간이 약 32일 정도 길어졌다.

 

일반적으로 '트레와사'의 아열대 기후 정의에 의하면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적어도 8개월 이상 지속되고 최한월 평균기온이 -3∼18℃인 경우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이 아열대기후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는 아열대 기후로 변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70년경에는 우리나라 중부 내륙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아열대 기후에 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기상정보는 기업 경영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정보가 됐다. 올 겨울이 얼마나 추울 것인가를 알면 겨울 상품의 생산량 결정과 주문 및 재고 처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정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기상정보도 글로벌 경영 시대에 꼭 필요한 정보다. 전 세계의 곡물 시장이 날씨에 따라 풍작이냐 흉작이냐가 결정되고, 오일 시장, 냉난방기와 같은 전자제품 시장이 날씨 따라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에 날씨 전망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기상정보를 생산하는 기상청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기상청만으로는 그러한 수요에 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 기상산업 부분을 진흥시켜 대폭 확대하고자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기업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과거보다 춥지않은 겨울을 보내는 우리나라 기업도 이에 적응해 경영 대책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의류업체가 따뜻함을 강조한 두꺼운 의류보다는 겨울 옷치고는 가벼운 상품을 개발해 출시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기상청의 먹거리는 기후변화다. 국가의 정책이나 기업 경영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국가의 흥망성쇠와 관련이 있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가를 감시하고, 또 앞으로 50년, 100년 뒤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기상청의 과학적인 대책이 국가의 모든 기후변화 대응에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변화과학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다.

 

◇ 전병성 기상청장 주요 약력

 

▲ 1955년 충남 예산 ▲ 건국대 법학과 ▲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석사 ▲ 건국대 대학원 박사(법학) ▲ 환경부 공보관 ▲ 환경부 자연보전국장 ▲ 환경부 국제협력관 ▲ 한강유역환경청장 ▲ 환경부 수질보전국장 ▲ 건설교통부 수자원국장 ▲ 건설교통부 수자원기획관 ▲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 환경부 환경전략실장 ▲ 대통령비서실 환경비서관 ▲ 기상청장(2009.1)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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