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원가 상승 '덫'에 걸린 건설사들

6개 주요 상장건설사 3분기 원가율 120%
전문가들 "선제적·통합적·체계적 관리 필요"

입력 : 2015-11-05 오후 4:19:49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국내 주요 상장건설사들이 주택사업 개선으로 양호한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매출원가율 때문에 부담을 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을 전후해 중동에서 저가로 수주한 저수익 프로젝트들의 준공이 다가오면서 원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대우건설(047040)GS건설(006360)대림산업(000210)현대산업(012630)개발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 국내 6개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120.6%로 나타났다. 원가율 200%를 넘은 삼성ENG를 제외할 경우 91.64%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전분기에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삼성ENG와 GS건설은 오름세를 보였다. 나머지 3개사는 작년에 비해서는 1.2~11.4%p 감소했지만, 전분기에 비해서 0.1~3.0%p 증가했다. 이는 해외 저가 프로젝트들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원가율이 상향 조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매출원가율이란 매출액 가운데 투입된 비용(원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사업 채산성이 높은 것. 건설업체들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매출액을 잡을 때 대개 투입된 원가와 원가율을 근거로 실적을 계산하는 방식을 택한다. 공사가 완료되기까지 정확한 매출액과 원가비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보다 정확한 실적 계산을 위해 수시로 원가비용과 원가율을 산정하게 되는데 저수익 프로젝트의 경우 이 같이 가늠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공기지연이나 현지 하도급업체 도산 등으로 추가비용이 투입되기도 하는 등 사업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예상원가비용을 예측하기 불가능해서다.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저수익 프로젝트의 매출을 잡을 때 보통 준공 시점에 이르러 확정된 손실을 대거 반영, 원가율을 다시 산정하는 방법을 택한다. 중동 등 해외 저수익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원가율이 상승한 까닭이다.
 
A건설 관계자는 "중동 지역 일부 저가 프로젝트 현장이 준공 단계에 이를 경우 그동안 공사가 지연됐던 사업장에서 발생한 추가 원가비용을 반영하면서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원가율이 높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ENG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ENG는 이번 3분기 해외에서 약 1조3500억원의 추가 원가가 반영되면서 2013년 3분기 어닝쇼크(7000억원)의 2배를 웃도는 영업적자(1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추가원가 내역은 ▲3대 대형 저가 프로젝트(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얀부 발전3, UAE 카본블랙)에서 공기 지연 및 기자재 사양 변경으로 1조원 ▲IS사태로 공기에 차질을 빚은 이라크 바드라 유전에서 1200억원 ▲완공 현장인 사우디 마덴 사업주의 본드콜(품질에 대한 불만족으로 계약이행보증금 환수) 행사 관련 금액 1400억원 등이다.
 
올 3분기 원가율(91.3%)이 지난해 같은 기간(93.8%)에 비해 2.5%p가량 하락하면서 주요 상장건설사 가운데 가장 양호한 원가율 흐름을 보이고 있는 대우건설도 사실은 해외사업에서의 원가율은 101.3%로 작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100%가 넘는 원가율이 지속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이익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가율 상승이 저가 프로젝트 준공에 따른 결과로 판단하면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자칫 건설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시장 등 업황 회복세에 접어든 점은 반길만하지만, 선제적인 원가관리를 통해 해외사업장의 채산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위성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준공 시점에 원가율이 급상승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수주에서부터 공사 완료 단계까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속적이고 선제적인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관리 역량 강화로 리스크 대응 및 통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세계시장은 파이낸싱과 함께 건설의 각 분야를 묶어 단일 상품화하는 추세라 종합적인 능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전문화 된 인력양성부터 시작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육성책을 내놓아야 국내 건설업계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가 프로젝트 준공 시기가 임박함에 따라 국내 주요건설사들이 원가율 상승 리스크에 노출됐다. 사진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준공한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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