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회복에 발목잡는 수출…성장경로 '불안정'

KDI "내수 회복으로 경기 점차 개선..수출 부진은 심화"

입력 : 2015-11-05 오후 4:07:06
한국경제가 내수로 웃고 수출로 울고 있다. 내수회복에 힘을 실어주는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지만 수출이 발목을 잡고 있어 완만한 성장세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발표에서 "최근 한국경제는 민간소비가 완만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투자 관련 지표도 최근의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등 내수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수출은 세계경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됨에 따라 대부분의 주요 수출품목에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업생산 증가세가 확대되고, 광공업생산과 출하의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등 경기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9월 중 전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이 모두 확대되면서 전월(1.2%)보다 높은 전년동월대비 4.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생산은 추석명절 이연에 따른 기저효과로 도소매업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전월(2.3%)보다 높은 3.7%의 증가율을 보였다. 광공업생산도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생산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전월(0.1%)보다 높은 2.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다만 자동차 및 정보통신기술(ICT)를 제외한 광공업생산은 여전히 감소(-1.8%)하고 있고, 제조업평균가동률도 여전히 낮은 수준(75.1%)에 머물러 있어 경기 개선이 아직까지 일부 업종에 제한돼 있다는 평가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생산 증가세도 확대돼 민간소비 개선 흐름을 보였다. 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5.5% 늘었고, 소매판매액지수는 3.7% 증가해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추석효과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일시적인 정책이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소매판매 및 온라인쇼핑 동향'에서 우리나라의 9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1% 늘어난 31조13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의 증가율인 0.5%보다도 높으며 소매판매액 자체는 메르스 확산 직전인 지난 5월의 31조4310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이런 여파로 3분기 GDP가 전기대비 1.2% 성장해 6분기 만에 0%대 저성장을 탈피하는 등 수치로 확인되는 내수경기의 뚜렷한 반등 흐름이 국내 경기사이클의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내수 회복세에 수출이 발목을 잡아 성장경로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는데 있다. 10월 수출증가율이 1년 전보다 15.8%나 급락해 수출부진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10월 수출증가율 부진속에 하루 평균 수출액 역시 9월 20억2000만달러에서 10월 18억9000만달러로 하락했다. 국내 수출부진을 주도하고 있는 조선, 석유화학, 철강, 기계 업종의 수출 부진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높고, 중국경기 회복 지연등 국내외 수출환경이 녹록치 않다.
 
지역별로는 통화약세를 보이는 일본(-25.6%)과 EU(-12.5%)로의 수출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 중국(-8.0%)과 미국(-11.4%)으로의 수출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세계교역량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수출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국경기 부진,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가가 이란발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당분간 반등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9월 산업활동이 정부의 내수 부양과 건설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개선세를 나타냈지만 10월 수출 부진을 감안하면 추세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경기의 방향성도 당분간 정부 경기 부양 강도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원화 약세효과가 약화되고 있고, 4분기 수출 경기는 물론 국내 기업이익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아졌다"며 "내수 주도로 국내 경기가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3분기 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의 본격적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한국경제가 내수로 웃고 수출로 울고있다. 내수회복에 힘을 실어주는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지만 수출이 발목을 잡고있어 완만한 성장세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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