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웅기자]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의 성공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단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모호한 브랜드 정체성, ‘현대’ 브랜드와의 차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4일 제네시스 브랜드를 발표하고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대차의 별도 고급차 브랜드 출범은 이전부터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중차로만 인식된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별도 고급차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돌파구도 필요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와 현대차에 따르면 2010~2014년 전 세계 고급차 연평균 판매 증가율은 10.5%로 대중차 시장 증가율 6.0%를 크게 웃돌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고급차 수요 증가율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고, 이 기회를 충분히 살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반 브랜드로서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급차 브랜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며 “브랜드 분리는 올바른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외신도 호의적이다. 로이터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수익성 향상과 함께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숙원을 풀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장기적으로 세밀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다소 모호한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이 문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방향성은 ‘인간 중심의 진보’라는 목표 아래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염두해 두고 있다.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제네시스만의 특별한 의미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제네시스가 당분간 현대차와 함께 판매·서비스망을 공유하는 점도 아쉽다. 현대차는 “현대 브랜드가 갖고 있는 판매 채널과 서비스 거점은 중요한 자산이어서 당분간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별도의 제네시스 판매 및 서비스센터 운영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고급차 고객들이 남다른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출범으로 ‘현대’ 브랜드의 최고급 세단도 새로 정해야 한다. 기존 고급 세단인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통합 제네시스’로 편입되면서 ‘현대’ 브랜드의 남은 고급차는 아슬란과 그랜저다.
그러나 아슬란은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판매 7463대로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국내만 시판 중이어서 ‘현대’ 브랜드의 대표 플래그십 세단으로 삼기에 무리가 있다. 그랜저를 최고급형 세단으로 정하는 것도 유력하지만, 아슬란의 위치가 애매해지는 문제가 생겨 현대차는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소비자들이 와 닿는 서비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선 근본적인 서비스 교육 및 네트워크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5~6년 정도는 걸리는 만큼 현대차가 조급함을 버리고 문제를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행사서 발표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 현대차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