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월세가 너무 비싸서 힘들다"는 대학생의 질문에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주거급여를 개편해서 대상을 확대해 청년층도 받을 수 있다"고 도움을 줬다. 이 대학생이 주거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최저소득계층으로 떨어져야 한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 저절치 못한 답변이다.
강 내정자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미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이 의원은 “청년들이 인사청문회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묻고 싶은 얘기들을 뽑아봤다”면서 “‘월세살고 있는데 너무 비싸다. 매달 불안하고 저축도 안생긴다. 저같은 사람을 위해 지원해줄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강 내정자는 “지난 7월 주거급여를 개편해서 대상가구가 확대됐다”며 “청년층도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7월 주거급여를 개편하면 기존 70만가구였던 대상가구를 90만가구로 확대했다. 소요예산도 7285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고, 가구당 지급액도 확대했다. 기존 30%였던 중위소득 인정액도 43%로 확대됐다.
하지만 주거급여는 주거급여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활 최저소득층이 비바람을 막아줄 지붕 밑에서 살기 위해 받는 마지막 보루다. 중위소득 43% 이하면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상이 된다.
중위소득 43%는 ▲1인 67만원 ▲2인 114만원 ▲3인 147만원 ▲4인 181만원 ▲5인 21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30세 미만의 대학생은 부모와 세대분리가 해도 한세대로 간주된다. 부모님과 부양자의 경제적 능력이 사회보호계층 수준까지 떨어져야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지방에서 상경해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편의점, 주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며 월세를 직접 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할 조언은 아니다.
중앙대를 다니며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C양은 "월세가 비싸다는데 주거급여를 받으라는 말이 무슨 말이지 모르겠다"면서 "주거급여가 생활보호대상자급의 저소득층에 주는거라는데 부모님이 망하라는건가"라고 실소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출신에 대한 말을 안할 수 없는데 기재부는 큰 그림에서 명문 찾는 일에 능하다. 삶의 최일선으로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부동산판과는 차이가 있다.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해 볼 만한 대목 이었다"고 말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 내정자는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차관보, 조달청을 역임한 관료출신 인사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