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축구대표팀, 이제는 강팀과 맞대결 필요

입력 : 2015-11-13 오전 9:15:38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미얀마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와 달라진 모습을 연일 보이고 있는 대표팀이 앞으로 더욱 강해지려면 이제 강팀과의 맞대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경기에서 이재성(23·전북),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24·광저우R&F), 남태희(24·레퀴야SC)의 연속 골에 힘입어 4-0으로 이겼다.
 
올해 마지막 국내 A매치를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부진을 털어내는 동시에 16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특히 대표팀은 올해 경기당 실점률 0.21(19경기 4실점)을 기록하며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대표팀에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을 끌어올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는데 이 말도 현실화했다. 대표팀은 이달 FIFA 랭킹 48위에 오르며 2년 만에 5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이란(43위)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2번째로 높은 FIFA 랭킹을 차지하며 한국 축구의 부활을 알린 셈이다.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을 마친 뒤 귀국 현장에서 '공항 엿 세례'까지 받으며 비난에 시달렸는데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이제는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강팀과의 A매치가 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바닥까지 추락했던 팀에 이기는 방법을 주입했으니 더 많은 경험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해석이다.
 
주장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르고 있어 강팀과 A매치가 어렵지만 평가전이나 그런 기회가 온다면 경기력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23·토트넘)과 장현수도 강팀과의 맞대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음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이 치른 A매치를 분석해보면 이런 현상이 확연해진다. 오는 17일 만날 라오스까지 포함하면 슈틸리케 감독이 24번의 A매치에서 아시아 이외의 국가와 맞붙은 건 4번뿐이다. 뉴질랜드, 자메이카, 파라과이, 코스타리카가 해당 국가였으며 그마저도 유럽 강팀과 경기한 적은 없다.
 
물론 대표팀이 아시안컵과 동아시안컵에 이어 월드컵 지역 예선까지 치르면서 대한축구협회가 유럽 강팀과의 A매치를 추진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강팀과의 경기는 선수들의 경험쌓기 외에 경기흥행과 응원이 필요하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매번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와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관중 동원에서 대표팀이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렵다.
 
대한축구협회의 관중 통계를 살펴보면 미얀마전까지 슈틸리케 감독이 치른 7번의 국내 A매치에서 4만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찬 적은 한 번도 없다. 대부분 3만명 혹은 2만명 후반대에 그쳤다.
 
특히 미얀마전은 2만4270명에 머물렀는데 이 경우 A매치 관중 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저조한 관중이 입장한 사례다. 이렇다 보니 강팀과의 경기가 아니면 대표팀 경기를 찾는 이들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속속 나온다.
 
대표팀이 흥행과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내년부터 유럽 강팀과의 A매치 횟수를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축구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강팀과의 경기를 추진하지 않겠느냐"며 "경험 면에서 강팀과의 A매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축구대표팀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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