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기업구조정과 관련된 뉴스가 언론지상을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부실기업을 지칭하는 일명 ‘좀비기업’이라는 용어는 일상화되었으며 좀비기업 문제가 언제 어떻게 표면화되어 부담을 줄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관련 경제주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경제는 성장성둔화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양정책과 저금리와 같은 통화완화정책에 힘입어 경착륙은 피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좀비성 기업들은 본업에서 돈은 못 벌어도 저금리로 인한 이자비용감소 효과로 인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최근에 와서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이슈가 갑작스럽게 대두된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부실 사태가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조선사태는 현상이지 그 원인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간 유동성 효과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버텨오던 이슈기업들의 체력이 이제 한계에 도달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판단이다. 그것이 대우조선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났고, 정부에서도 부실기업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여하튼 정부에서도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관련 부처들 간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등 비교적 발 빠르게 기업구조조정이슈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룬 숙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게 쉽지 않듯이 추진과정에서의 잡음 또한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일부 이슈기업에 대한 인위적인 인수·합병과 관련된 루머가 도는가 하면 인위적인 짝짓기방식은 추진과정상 대안이 아니라는 해명 또한 그때그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채권시장과 같은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이슈업종이나 기업들의 직접금융시장 노출도가 크지 않아 경제전반적인 충격을 줄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실적이 부진해 상황이 장기화되고 전염효과가 나타난다면 파급효과가 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의 상황은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조정대상이 되는 부문은 수년간 문제 자체는 노출된 상태였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구조조정이 미루어졌기 때문에 지금 봇물 터지듯이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으로 7월 이후 회사채시장의 분위기는 위축국면에 들어갔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됨으로 인해 발행여건이 저하돼 기업들의 채권발행 또한 상반기에 비해 감소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신용스프레드의 확대세가 멈추고 정체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채권시장참가자들은 이제 기업구조조정의 향방을 지켜보면서 관망상태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즉, 구조조정의 진행성과에 따라 시장상황은 계속 악화될 수도 있지만 다시 안정세로 돌아설 수도 있는 가능성이 둘 다 열려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지금은 구조조정의 추진에 따른 마찰적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기보다는 건설적인 문제해결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참가자 입장에서 일시적인 금융시장의 침체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완의 구조조정이 몰고 올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후유증이기 때문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채권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