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이달 초
계룡건설(013580)을 시작으로 중견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중견사의 경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거나 해당 구간에 진입했다는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좀비 건설사'로 취급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중견사 가운데 경영정상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코오롱글로벌(003070)은 올 들어 3개 분기 동안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분기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분기 6201억원, 61억원 ▲2분기 8080억원, 75억원 ▲3분기 2조1682억원, 301억원 등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과 그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로 자금 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일부에서는 이미 영업이익 정상화가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백광제
교보증권(030610) 책임연구원은 "건설 부문 부실 정리에 따른 자산 매각 및 손실 처리 반복으로 순익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부채상환 지속으로 이자비용이 줄어들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주택경기 개선에 따른 신규수주 확대 및 유통 부문의 BMW 신차 출시에 따른 성장성 및 이익 가시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신공영(004960)도 올 들어 꾸준히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1분기 매출 2461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한 이후 2분기 3026억원·81억원, 3분기 3926억원·213억원(잠정 연결기준)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사업(3479만달러)을 비롯해 공공 부문에서 업계 5위에 달하는 5783억원(3분기 누계)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또 올해 민간수주 비중이 늘어난 데다 ▲경기 양평 ▲강원 원주 ▲경북 영천 등에서 양호한 신규주택 분양 성적을 거뒀으며 ▲세종시 ▲시흥배곧 등 자체분양사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투자부동산만 2500여억원에 이르고 매각차익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 부채비율이 줄어들 여력이 충분하다"며 "2017년까지 확보할 본업에서의 이익잉여금 증가도 최소 12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부 중견건설사들과 함께 '좀비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자보상배율이 올해 1.6, 내년 2.8로 예상됨에 따라 '좀비기업' 상태를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라(014790)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개선세를 이어갔다. 다만 2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 폭이 확대됐다. 1분기 매출 4109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4304억원·12억원, 3분기 4564억원·151억원(잠정 연결기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택 비중 증가로 건설 부문 원가율이 개선된 데다 지난해부터 공급한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의 분양호조로 판관비가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고 기획제안형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원가절감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게 한라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영업이익 개선에도 순손실은 이어졌다. 이자비용 등 영업외손실이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적자가 지속되면서 급상승하고 있는 부채비율. 작년 말 365.5%에서 올 상반기 416.8%, 3분기에는 536.0%로 올라왔다. 부채비율이 클수록 외부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라 측은 "금융비용 부담은 있지만 차입금 감소 등으로 이자보상배율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계룡건설의 경우 향후 먹거리를 확보해둔 덕에 재무구조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가게 됐다.
올 들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분기 3071억원, 86억원 ▲2분기 3894억원, 79억원, ▲3분기 3867억원, 62억원(잠정 연결기준)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순이익도 1분기 25억원에서 2분기 45억원으로 올랐으나 3분기 들어 다시 2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작년 대규모 손실의 원흉인 공공 부문 손실을 털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이 계룡건설 측 설명이다. 공공 부문 부실 정리와 함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도 사실상 없는 상태라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도급공사 중 원가 손실이 발생한 사업장들에 대해 총 1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선반영한 바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규수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며 성장 동력을 확보해뒀다는 점이다. 3분기 신규 수주액은 96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1% 늘었다. 이에 따라 3분기 수주잔고는 3조9103억원으로, 같은 기간 25.0% 증가했다. 이는 작년 총 수주잔고(3조7266억원)를 초과 달성한 금액이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기존에 부실을 털어내면서 올해부터 조금씩 수익성을 회복해가고 있다"며 "현재 공사 중인 사업장들은 수익성이 담보돼 있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가 오면 이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견사들의 실적 개선세에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이번 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건설사들의 실적이 차츰 개선되고 있다"며 "서둘러서 '매를 빨리 맞자'는 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급하게 정부나 금융권의 단순 회계 수치로만 부실기업을 판단, '좀비기업' 등의 주홍글씨를 새기기보다는 추세나 향후 성장기반 등은 어떠한 지도 함께 평가, 입체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좀비기업'으로 분류되던 중견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 일부에서는 성급한 '오명' 씌우기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3분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진 한신공영 본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