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을 염두에 둔 날 선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건설업계가 퇴출 공포에 휩싸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내 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정부 복안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상시 구조조정 체계가 구축, 운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건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업황 전망이 밝지 않은 업종의 한계기업을 자세히 심사하라고 채권은행에 주문했다. 최근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거나 부채비율이 급증한 건설사들은 올 연말부터 퇴출 기로에 서게 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업체들이 퇴출대상이 될 것이라고 거론되고 있다. 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대개 1.5는 넘어야 채무상환능력이 안정적인 기업으로 판단된다. 이 비율이 1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걸 의미하며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이면 '좀비기업'이라고 칭한다.
중견건설사부터 대기업 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까지 포함되다보니 2009년 건설사 퇴출 공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 당시 시중은행은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C등급은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D등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당시 C등급으로 지정됐던 건설업체는 경남기업, 우림건설, 삼호, 월드건설 등 11곳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여겨지는 업체는 풍림산업, 이수건설, 동문건설 등 3~4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택 브랜드'월드메르디앙'으로 잘 알려진 월드건설은 2009년 워크아웃 신청 첫 해와 이듬해 채권단으로부터 각각 1200억원, 494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2011년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월드건설의 매출액은 2013년 168억원에서 지난해 13억원으로 급감했다. 지금은 사실상 회사 이름만 남은 상태다.
효성(004800)이 지분 48%를 가진
진흥기업(002780) 역시 2011년 2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2012년과 올해 초 채권단이 각각 1000억원, 600억원 등 총 16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3년 연속 순손실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당초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려면 정부의 복안이 결국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A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은 주택사업 수주가 녹록치 않은데다 공공사업도 단독 수주는 쉽지 않아 컨소시엄으로 계약을 따내고 있는 처지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수주는 더 어렵다"며 "워크아웃이 기업 회생에 도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회생 기회를 너무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워크아웃 제도 보완과 신용등급 평가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자력으로 회생하지 못할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맞지만, 워크아웃 제도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병행돼야 구조조정에 따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며 "어디까지나 워크아웃은 채권단 관리 아래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 만큼 빚 회수에 급급한 채권단의 부당한 압력을 차단하는 등의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만약 채권단이 기업의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면 회생자금으로 써야 할 돈이 줄어들어 많은 협력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처한다"며 "건설사 피해를 줄이려면 신용등급 평가에 기술력, 기업의 장래성 등 좀 더 다양한 섹터가 고려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999년, 2009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남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3433억원을 지원받았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진은 경남기업 본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