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현대 축구의 종합선물세트와 같다는 '엘 클라시코'에서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가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겼다. 레알은 지네딘 지단의 감독 부임이 거론될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에 빠졌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끈 바르샤는 22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5-2016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 레알과 맞대결에서 4-0 대승을 따냈다. 시즌 첫 엘 클라시코에서 원정 승리를 챙긴 바르샤(10승2패·승점30)는 2위 레알(7승3무2패·승점24)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리그 선두를 굳게 지켰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22명이 뛴 만큼 이날 운동장은 매우 촘촘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빛난 것은 공격수부터 골키퍼까지 전방 압박과 세밀한 패스를 동시에 선보인 바르샤였다. 2골을 터뜨린 루이스 수아레스(전반11분·후반29분)를 중심으로 네이마르(전반39분)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후반8분)가 잇따라 골망을 흔들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메시도 날카로운 경기 운영과 패스를 선보이며 역사적인 대승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레알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몇 차례 날카로운 슈팅이 전부일 정도로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했다. 홈에서 충격패에 빠진 레알 팬들은 경기 종료 직후 일제히 흰 손수건을 흔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이번 패배로 레알은 끊임없이 감독 경질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교체가 눈앞에 다가온 분위기다. 베니테즈 감독은 가장 컨디션이 좋던 로드리게스를 중간에 교체한 것을 포함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선수 구성을 짰다는 비판을 현지 언론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에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다음 경기를 위해 정신적으로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대응했으나 엘 클라시코였던 만큼 분위기는 감독 교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레알이 패할 경우 후임 감독으로 2군인 레알 카스티야를 이끌고 있는 지네딘 지단이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몇몇 선수들이 베니테즈 감독의 전술에 불만을 표출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이번 바르샤와 맞대결이 그의 마지막 기회였다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는 FC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즈(왼쪽)와 네이마르. 사진/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