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정준하가 '마리텔'에서 놓친 것

입력 : 2015-11-24 오후 2:09:5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10여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예능인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평가가 싸늘해졌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서 보여준 모습이 문제가 됐다. 두 사람의 방송을 본 네티즌 대다수가 '노잼(재미가 없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급기야 MBC '무한도전'은 박명수의 실패를 두고 '웃음 장례식'을 치루기도 했다.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현재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두 사람이 유독 '마리텔'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리텔'은 현재 방영되는 예능 중 가장 트렌디한 프로그램이다. 일부 마니아층에게 인기를 끌던 인터넷 방송을 공중파로 끌어들인 예능이다. 출연자가 약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불특정 네티즌들과 대화하듯이 소통하면서 방송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소통과 더불어 인터넷 방송이 갖춰야할 덕목은 뚜렷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백종원, 이은결, 차홍, 이말년 등 '마리텔'에서 큰 사랑을 받은 출연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재미있게 제공했을 때 호평이 나왔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정준하. 사진/뉴시스
 
'마리텔'에서 실패한 박명수와 정준하는 인터넷 방송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살리지 못했고, 젊은 네티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0월 '마리텔'에 출연한 박명수는 EDM을 틀어놓고 초반 5분 동안 한 마디도 안하고 춤을 췄으며, 댓글을 통해 남긴 네티즌들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응하지 못했다. 방송 중 악플이 이어지자 박명수는 '무한도전'을 비롯한 다수 예능프로그램에서 줄곧 보였던 2행시를 하거나, 특유의 댄스를 췄지만, 이 역시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결국 1시간 동안 큰 재미를 주지 못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지난 22일 '마리텔'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 정준하 역시 소통의 부재가 문제로 작용했다. 갑작스레 "제주도에 계신 분 중 궁금한 사람 없냐"고 계속해서 질문한 정준하는 누군가가 '한라산 관리소장'이 궁금하다고 하자 약 30분 간 '한라산 관리소장'의 번호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힘겹게 번호를 알아냈지만 '한라산 관리소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그걸 왜 하고 있냐"고 반발했지만, 정준하는 "불평갖지 말고 한라산 관리소장과의 대화를 기대해달라"고만 되풀이했다. 네티즌들의 요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은 장면이었다.
 
이후 정준하는 자신이 준비한 '먹방'을 보여주며, 김치 혹은 짜장면으로 뺨을 맞고, 일정 시간 내에 다 먹지 못하면 물풍선을 맞는 형식으로 방송을 진행했지만, '가학적'이라는 평가만 받았다.
 
박명수와 정준하 방송의 문제점은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준비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 있다. 인터넷 방송에 참가한 네티즌들이 보길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맞춰가며 타협하는 점이 일반적인 인터넷 방송의 특징인데, 두 사람은 자신의 틀에 네티즌들이 맞추길 요구했다. 대중이 원하는 방송이 아닌 자신이 생각한 방송을 대중에게 밀어붙이고, 대중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점이 결정적인 패착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박명수와 정준하는 일반적인 예능 시스템에 익숙한 스타다. 그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가 인터넷 방송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철저히 인터넷 방송 스타일을 연구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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