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성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파운드리 업계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웨어러블 등 신규분야가 주목받으면서 파운드리 부문은 향후 5년간매출액 성장률이 10% 이상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 매출 예상치가 511억5900만달러(약 60조원)로 전년 대비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에서 설계도면을 받아 생산만 전담하는 업종을 일컫는다. TSMC, 글로벌파운드리, UMC, SMIC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IHS는 파운드리 부문 매출 성장률이 ▲내년 11.7% ▲2017년 9.3% ▲2018년 10.3% ▲2019년 1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팹리스 5~6%,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1.0%과 비교하면 큰 폭이다.
반도체 산업분야에서 파운드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0년에 전체 비중의 10%에 불과했지만, 2013년 13%를 넘어섰고 2018년엔 20%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산업 분야별 매출액 및 파운드리 비중. 자료/토러스투자증권
전통적인 매출 흐름도 바뀌고 있다. 파운드리 매출은 계절적 특성상 1분기에 실적이 저조하고 2분기에 상승해 3분기에 연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는 지난해 3분기 116억달러, 4분기 117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4분기에 122억달러를 달성해 전통적 추세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IoT, 웨어러블, 핀테크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다양한 센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가 끼치는 영향이 적지않다. 업계 관계자는 "PC 교체수요 감소전망으로 반도체 가격 부진이 예상됐지만 사물인터넷 수요로 인해 특히 저용량 메모리 부문의 수요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비메모리 부문의 영향을 받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공급 과잉으로 D램 가격 이 하락세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없는 편이다. 최근엔 반도체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생산설비 구축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파운드리가 꼽히고 있다.
이렇다보니 파운드리 업계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호황이다. 국내 순수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은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1882억원, 영업이익은 396% 급증한 48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3억9000만달러 규모에 불과했던 파운드리 매출이 최근엔 25억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9칩을 생산한 것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대만 TSMC는 올해 매출 261억1000만달러, 영업이익 99억8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인텔 정도를 제외하면 생산시설을 줄이고 외주를 맡기는 팹라이트 업체들이 늘어난 추세”라며 “산업 전반적으로 과잉 투자·공급을 줄이는 상황에서 파운드리가 반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전경. 사진/TSMC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