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선 데 이어 자국에 공장까지 건설하며 '자립' 본색을 드러냈다. 중국 국영 반도체그룹 칭화유니가 11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600억위안(11조원)을 들여 자국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자금은 칭화유니 자회사인 퉁팡궈신전자를 통해 800억위안(14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마련된다. 이 가운데 600억위안(11조원)은 메모리칩 공장을 짓는데 투입되며, 나머지 200억 위안(3조원)은 다른 반도체 기업을 사들이는 데 사용된다. 유상증자 규모는 중국 증시 개장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놓은 상태며,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지적 재산권 획득 방안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칭화유니의 계열사를 통한 유상증자이지만 사실상 중국정부의 뒷배경이 있다고 봐야한다"며 "공장설립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투자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인수·합병(M&A) 뿐만 아니라 공장설립에 직접 나서는 것은 반도체 해외 의존도를 줄여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반도체의 90%를 미국, 한국,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최대 소비국'이다. 수입 비중을 줄여 반도체 자체 생산이 가능한 국가로 변모시킬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유니스 플렌더가 대주주로 있는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한 이후에도 활발한 M&A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만 파워텍 지분 25%를 약 6억달러(68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파워텍은 소규모지만 반도체 조립 후 테스트(후공정)를 담당하는 부문에서 손꼽히는 회사로 알려져있다. 지난 1일에는 대만 미디어텍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미디어텍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기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는 전문 업체다. 모바일 AP 관련 시장점유율은 미국 퀄컴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최근엔 반도체 공정의 '근본'이 되는 인력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D램 업체인 이노테라 이사장 까오치췐이 칭화유니로 이직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 고위 인사들에게도 영입제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분야에서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는 여전하지만 언제까지 이 차이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로 격차를 좁히는 동안 우리나라도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의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하느냐는 앞으로 5~10년이 고비"라며 "당장 중국이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30나노대 D램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초격차기술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화유니그룹이 11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건립한다. 사진은 칭화유니그룹 대주주인 칭화홀딩스 의장 쉬찐홍이 지난 7월 대만에서 열린 공유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1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