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금 판매하는 것도 잘 나가는데 대체 이걸 왜 만드려고 하냐는 내부 지적이 많았습니다"
최경호 아모레 퍼시픽 기술연구원(상무)는 26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박람회' 특별강연에서 에어쿠션 개발 스토리를 공개했다.
에어쿠션은 우리나라 여성 75%가 사용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화장품이다. 리퀴드(액상) 형태여서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메이크업 시간도 단축해줘서 여성들의 '필수템'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에어쿠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이 9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에어쿠션이 이처럼 회사의 효자 노릇을 하지만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최경호 아모레 퍼시픽 기술연구원(상무)는 26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박람회' 특별강연에서 에어쿠션 개발 스토리를 공개했다. 사진/ 뉴스토마토
최 상무는 "2000년대 중반 당시 자외선 차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며 "여성들은 화장을 마친 후에도 수시로 선크림을 덧바르는 수고를 감내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짧은 시간에 화장을 마칠 수 있으면서 자외선 차단, 미백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한 번에 바르길 원하는 수요가 늘었다"며 "자연스러운 화장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리퀴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부터 에어쿠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리퀴드 제품을 어떻게 하면 휴대성 있게 만들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액체를 주차 스탬프처럼 담지할 수 있게 하자는 데까지 생각이 도달했다. 1차 시제품을 만들어 내부 품평을 했는데 '용량이 적고 장난감 같다'는 의견과 '새롭고 편리해보인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최 상무는 "지금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이 잘 팔리는데 굳이 에어쿠션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고객들의 숨은 니즈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제품 개발을 지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담지체를 만드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산업분야에서 물색해야만 했다. 그러다 80만개 이상의 셀이 있는 담지체를 구하는 데 성공했고, 이게 내용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담지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최 상무는 "내추럴한 화장이 가능하면서 선크림과 동등한 수준의 자외선 차단 능력을 담는 게 서로 모순되는 특성"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종산업의 분산 기술을 새로 개발했고, 결국 SPF 40에 이르는 제품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제품 허가도 쉽지 않았다 . 그는 "자외선 차단과 미백 제품은 출시 전 식약처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에어쿠션은 지금까지 없었던 형태라서 식약처에서 난감해 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액상 내용물을 머금은 스폰지 제형'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이 첫 출시됐다. 하지만 회사의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낯설다는 게 이유였다.
최 상무는 "한 번이라도 발라보면 고객들이 인정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15초 밖에 안되는 TV 광고를 포기하고 체험 기회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홈쇼핑이 대표적이다. 홈쇼핑 판매를 통해 제품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직간접적으로 이용법을 알려주는 기회로 삼았다. 이 같은 전략은 시장에 제대로 통했다. 이후 에어쿠션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고객들의 호응도 좋았다. 지난해 국내외 2600만개의 판매 수량을 달성했다.
최 상무는 "화장품 불모지에서 벗어나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도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핵심가치 기술 개발에 중점적으로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어쿠션이 고객 니즈에서 비롯됐듯이 전 세계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피부 특성과 기후, 문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에어쿠션과 같이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핵심가치 기술 개발에 중점적으로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