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시장이 점유율 10%에 초근접하며 초기 정책 목표 달성에 임박했다. 앞으로는 LTE 가입자 확대, 인수합병 변수 등에 따라 시장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알뜰폰 점유율은 9.75%였고, 10월 말에는 9.94~9.97% 정도로 예측됐다. 11월 말인 현 시점에선 이미 10%를 달성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12월 공식 집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래부는 그동안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키우기 위해 적극 지원책을 펼쳐 왔다. 올해도 도매대가 인하 및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을 실시했고, 우체국 판매망에 이어 온라인 허브사이트를 개설해 판로를 넓혔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보다 시장 주도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장에서 무엇보다 큰 변수는 알뜰폰 1위 ‘헬로모바일’을 운영하는
CJ헬로비전(037560)이
SK텔레콤(017670)에 인수합병되는 것이다. 김경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CJ헬로비전은 대기업 계열사로서 자금력 우위를 바탕으로 중소업체가 하기 힘든 LTE 시장을 개척해왔고, 알뜰폰의 또 다른 목적인 이통 3사(MNO) 견제의 선봉에 있었다”며 “앞으로 이 두가지 의미가 많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회자되는 예상 시나리오 1안은 인수합병 후 SK텔레콤이 헬로모바일 가입자를 차차 자사나 자회사 가입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2안은 CJ헬로비전이 헬로모바일을 CJ그룹내 다른 사업부문에 남겨두는 방안, 3안은 SK텔레콤이 헬로모바일 가입자를 타 알뜰폰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중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1안의 경우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들이 묶여있는 점유율 제한 50%, 그 외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50% 점유율 각각에서 위기와 기회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위탁판매 개시 2년차인 우체국알뜰폰은 여전히 중요한 유통 채널이다. 우체국알뜰폰은 올해 입점업체를 기존 6곳에서 10곳으로 확대했는데, 4개 사업자 모두 우체국 입점 뒤 가입자 수 확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온라인 우체국’을 표명하며 등장한 알뜰폰 허브사이트(www.알뜰폰.kr)는 6개월이 지났지만 판매성과가 부진하다. 입점업체 16곳을 다 합쳐도 월 가입자가 채 200건이 안 된다. 운영비 중 판매부담금을 제외한 월 고정비만 사업자마다 약 65만원이 나가는 만큼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알뜰폰이 점유율 15% 이상을 내다보기 위해선 LTE 가입자 확대가 필수다. 현재 약 570만명인 알뜰폰 가입자 중 LTE 가입자는 70만~80만명 정도이며, 전체 이통 시장의 4000만 LTE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김경만 과장은 “알뜰폰 사업을 위한 경기장을 만드는 게 정부 몫이었다면 선수 힘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것은 사업자 몫”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경기장 관리, 시설 유지·보수에 힘쓰겠지만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무작정 밀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뜰폰이 오로지 저가시장으로만 자리매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통 시장의 진정한 대안으로 성장하려면 LTE 시장을 공략해 다양한 서비스 선택권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21일 열린 알뜰폰 허브사이트 오픈 및 가입자 500만 돌파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왼쪽 네 번째부터)과 이통형 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및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