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복제약들이 내년 출시된다. 치료제 선택이 다양해지면서 물량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타미플루는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때마다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A형과 B형에 효과가 있는 경구용 치료제다. 2009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 인플루엔자의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2014년 초 A형독감이 창궐하자 타미플루의 처방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IMS데이터 기준으로 국내에선 지난해 275억원어치가 팔렸다.
타미플루는 성분에 대한 원천특허(물질특허)가 만료되는 내년 2월에 만료된다. 하지만 로슈 측이 2017년까지 후속특허(염 특허)를 국내 등록해 복제약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국내사들은 특허를 회피해 제품 출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제기해 후속특허를 깰 가능성도 있다.
오리지널약과 약효가 동일한 복제약들이 출시되면 치료제 선택이 다양해지게 된다. 특히 각종 바이러스 전염질환이 유행할 때마다 수요 급증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긴 바 있지만 복제약으로 인해 시중 물량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공급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복제약이 출시되면 약가를 깎는 정부의 약가정책에 따라 일부 환자들의 본인부담금도 경감된다. 정부는 올해 신종 인플루엔자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급여를 확대했다. ▲만1~9세 이하 소아 ▲65세 이상 노인 ▲임신부 ▲면역저하자 ▲대사장애 ▲심장질환 ▲폐질환 ▲신장기능장애 등 고위험군 환자는 약가의 30%만 내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다.
현재 타미플루 75mg의 1정당 약가는 2806원이다. 1일 2회, 5일간 투여해야 하는 용법·용량에 따라 계산하면 총 약물 투여비는 2만8060원이다. 즉, 환자는 30%인 8400원 정도의 본인부담금만 내고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있다.
내년 2월 특허만료로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약의 약가가 인하된다. 정부 약가인하 기전에 따라 계산하면, 특허만료 첫해에 기존 본인부담금의 70%만 내고 오리지널인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다. 5900원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복제약들은 기존 오리지널약의 60~80%인 5000~5700원의 본인부담금을 형성한다. 이듬해에는 오리지널약과 복제약 구분 없이 54% 수준으로 인하된다. 4500원이면 타미플루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을 복용할 수 있다. 절반 수준으로 본인부담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일반 성인은 현행 그대로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성인 타미플루 처방은 비급여이기 때문에 특허만료에 따른 약가인하와 관계가 없다. 비급여로 처방받으면 약값이 3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복제약 개발사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약보다 저가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타미플루의 복제약이 출시되면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형약물인 만큼 국내사들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로슈는 타미플루를 2001년 국내 출시했다. 종근당은 한국로슈와 협약 계약을 체결해 2012년부터 타미플루를 국내 독점 판매하고 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