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모시기 열풍에 역차별받는 내국인

백화점 VIP, 내국인보다 문턱 낮아…외국인만 할인 적용도

입력 : 2015-12-01 오후 2:54:11
#. 지난달 29일 주말을 맞아 서울시내 한 백화점을 찾은 30대 주부 A씨. 한 의류매장 입구에 세워진 붉은색 바탕의 포스터에는 '전 품목 10% 세일'이라고 적혀있어 제품에 표시된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신용카드 영수증에 인쇄된 결제금액은 제품에 붙어있는 정가 그대로 적혀있었다. 점원에게 항의했지만 점원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라며 포스터 하단에 적힌 조그마한 문구를 가리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유통업계가 K-세일 데이를 전면 실시한 가운데 일부 백화점 입점 브랜드에서 외국인 고객에 한해서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내국인 역차별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실제 위 사례와 같이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할인혜택이 제공되는 브랜드가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한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만 응모할 수 있는 경품행사를 열기도 하는 등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력에 밀려 내국인 쇼핑객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는 듯한 모양새에 소비자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롯데백화점이 1일 에비뉴엘 본점에 '에비뉴엘 글로벌 라운지'를 오픈하고,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VIP 고객을 대상으로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에비뉴엘 글로벌 라운지'는 에비뉴엘 본점에서 당일 500만원,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쓴 외국 고객들만 사용할 수 있다. 본점 MVG로 선정되려면 연간 2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선정되는 내국인의 절반에 불과하다.
 
내국인 대상 MVG 서비스가 할인과 발렛주차, 전용 라운지 이용 혜택만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퍼스털 쇼퍼' 서비스는 전용 라운지에서 통역뿐만 아니라 외국 VIP 고객을 위한 쇼핑 가이드 역할과 함께 구매한 상품을 투숙하는 호텔로 직접 배송까지 해준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외국인 고객만을 위한 별도의 멤버십과 전용 VIP 라운지도 선보였으며, 현지 명문대 출신으로 구성된 통역직원을 배치해 쇼핑, 사은품 수령, 관광명소 안내 등을 직접 제공하는 '1대 1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직장인 조영훈(36)씨는 "가뜩이나 백화점에는 온통 중국어 천지에 거리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들의 불법주차로 불편함을 겪고있는데, 제품을 구매할 때도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관광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 호텔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최근들어 내수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이미 '큰손'으로 자리잡은 중국 VIP 고객들을 잡아야만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본점 4층에 위치한 글로벌 라운지를 찾은 외국인 VIP 고객들이 쇼핑 중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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