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저유가·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해외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이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내 '형님격'인
현대건설(000720)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건설의 경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에서 이어진 후속발주를 꾸준히 수주하며 작년에 비해 200% 이상의 실적을 시현했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이 343억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7억달러)에 비해 36%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원인은 해외시장 '텃밭'인 중동 지역의 긴축재정과 정세 불안 때문. 지난해 말 유가 하락으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가면서 공사 발주를 줄이거나 계약을 연기하고 사업비 지급을 늦추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IS 등 이슬람무장세력도 활개를 치면서 공사 수주보다는 위기에 먼저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특히, '파리 테러' 이후 정세불안이 심화돼 진행 중인 공사 현장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사별로는 ▲포스코건설 8억달러(-77%, 이하 전년대비) ▲
삼성엔지니어링(028050) 5억달러(-76%) ▲현대건설 27억달러(-66%) ▲
현대중공업(009540) 16억달러(-61%) ▲SK건설 41억달러(-37%) 등의 수주액이 감소하면서 평균 변동률을 낮췄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위에 랭크됐던 현대건설이 66%가량 줄어들면서 6위로 내려앉으면서 작년 2위였던 현대ENG가 1위로 올라선 것이다. 그룹 내 '동생뻘' 건설 계열사인 현대ENG가 '형님'을 앞선 셈이다.
작년 4월 현대엠코와 합병한 현대ENG는 다른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저가 수주나 저유가 등으로 고전하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중앙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려 성공한 케이스다.
현대ENG 관계자는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가야한다는 지리적 악조건과 정권의 폐쇄성 등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이면서도 낙후된 인프라로 인해 발주가 꾸준하고 수익률도 괜찮은 곳"이라며 "아무래도 다른 건설사들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하지 않았을 때 진출하다보니 정부에서 신뢰관계가 형성돼 꾸준히 수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25억달러, 272%)과
두산중공업(034020)(30억달러, 147%) 등은 해외경기가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수주액이 증가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난 4월 수주한 2조4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신도시 사회기반시설 공사 수주가 컸던 것 같다"며 "이라크의 경우 전후 상태를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다른 중동 지역에 비해 절박하다보니 저유가와는 무관하게 계속해서 발주가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락폭이 가장 큰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7위였던 순위도 13위로 다섯 계단 내려앉았다.
포스코건설 측은 "아무래도 저유가 등으로 발주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수주액이 예년만 못 한 것 같다"며 "저가수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는 만큼 외형을 부풀리기보다는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적으로 수주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 말부터 이어진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내년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와 연구기관들도 지난해까지는 수주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올해는 전망치 설정을 아예 포기했다. 올해 해외수주액이 최근 5년간 평균치를 하회할 뿐만 아니라 2010년 이후 최저치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라진성
키움증권(039490)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석유 등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중동 산유국의 발주가 줄어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핵 협상 타결로 개방된 이란 시장에서 발주가 이뤄진다면 업계에 새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진한 해외건설시장 경기에도 한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일부 건설사들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