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이 모였다. 주최 측 추산 14만 명, 경찰측 7만 명. 11월 14일 민중총궐기는 광우병 촛불시위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다. 10만은 통계를 위해 자주 활용되는 단위다. 10만 명 당 자살률 27.3명, 10만 명 당 노인 자살률 61.8명 등. 10만이 모이면 의미 있는 통계 수치가 된다. 10만을 모아 보는 건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10만 명 중에 27.3명이 자살했다는 건 죽은 27.3명에 대해 말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을 놓고 생각해보자는 거다.
2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4일의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많이 나왔던 말은 ‘불법’, ‘폭력’, ‘처벌’ 등이다. ‘체제 전복’, ‘테러’와 같은 다소 격한 어휘도 등장했다. 특히 복면 시위를 언급하면서는 IS에 견주어, 폭력 시위와 테러 위협을 함께 논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국무위원들이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이번에야말로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폭력 시위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만 명이 1인당 1제곱미터씩 차지하고 서면 대략 3만평을 메울 수 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우고도 한참 남는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폭력”은 10만의 선두와 차벽으로 앞을 막아선 경찰의 대치에서 발생했다. 3만평의 한쪽 끝, 이순신 동상이 바라보는 세종대로 사거리 앞 50미터 지점, 가로세로 30미터가 채 안 되는 그곳에 거의 모든 언론과 정치인의 시선이 쏠려 있다.
10만이 모인 건 대한민국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쉬운 해고, 비정규직, TPP반대, 세월호, 재벌책임 강화 등.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말하기 위해 모였다. 3주가 지난 지금까지 시위와 관련해서 여당이 발의한 법안은 ‘복면금지법’ 뿐이다. 국회만 놓고 보면, 복면을 쓴 수십 명에 비해 맨얼굴을 드러낸 10만은 주목받지 못했다.
살수차 카메라로 시위대를 보면, 그들은 복면을 쓰고 있다. 밧줄을 걸어 버스를 넘어뜨리려 하고, 보도블록을 깨서 경찰을 향해 던진다. 앵글을 조금만 위로 올리면, 맨얼굴을 드러낸 채로,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서울시청을 지나서까지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언론이 보도하고 정치인이 주목한 모습은 살수차 카메라가 본 모습이다. 아마도 직접 참가한 사람들이 본 모습과는 조금 다를 테다.
10만이 모이기는 어려웠지만 불법?폭력 시위대로 이름 붙여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정부가 물대포 직사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 씨에게 사과를 하면 “불법?폭력시위를 인정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12월 5일에는 ‘2차 민중총궐기’가 예정되어 있다. 경찰은 집회 신고를 이미 불허했고, 당일에는 현장검거 전담반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불법?폭력 시위 원천 차단’이 명분이다.
사진/바람아시아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