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바이오벤처 롤모델 만들 것"

중국 진출은 시장 선점의 기회…"바이오는 10년을 넘게 바라보는 장기적인 산업"

입력 : 2015-12-09 오후 12:00:00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사진/알테오젠
 
"바이오의 경우 10~15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산업입니다. 제대로 된 바이오 벤처회사를 만들어 이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롤모델로 남고 싶습니다."
 
최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알테오젠(196170) 본사에서 만난 박순재 대표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해서 바이오벤처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알테오젠은 LG생명과학 연구소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해 2008년 설립됐다. 까다로운 기술성 평가와 상장 심사 과정을 모두 통과해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로 지난해 12월1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속형 바이오의약품과 차세대 항체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 'NexP 융합 기술'과 'NexMab AD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생명과학 연구소 바이오그룹 리더, 사업개발, 해외사업 담당, 한화석유화학, 드림파마, 바이넥스 대표이사 등을 거친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바이오 벤처에서 롤모델로 남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 바이오 벤처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 벤처의 경우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상업화가 되기 전까지는 적자에 시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바이오 산업의 경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데 정확한 수익모델이 없어서 적자를 기록하는 일이 다반수인데 알테오젠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을 바탕으로 바이오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실제 알테오젠은 지난 2012년 매출액 39억6000만원, 2013년 55억2700만원, 지난해 68억9200만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변동이 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다만 연결기준 지난 3분기까지 누적으로는 4억42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존 의약품 대비 동일한 효능을 가지지만 가격은 낮은 바이오시밀러 사업 분야를 통해 꾸준한 실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2의 한미약품으로 불리는 알테오젠
 
알테오젠은 제 2의 한미약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알테오젠은 한미약품이 8조원 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한 '랩스커버리(Lapscovery)'와 유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은 'NexP'와 'NexMab ADC'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약효 지속성과 효능을 높여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박 대표는 이 기술이 해외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제 2의 한미약품으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평가해 주는 이유는 알테오젠도 한미약품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반감기를 증가시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기존 의약품의 성능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도 신약 개발 과정을 거친 후 글로벌 파트너사를 선정하게 되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비전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박 대표는 바이오베터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바이오 신약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은 바이오시밀러와 같지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보다 개량된 품질과 약효를 발휘한다. 아직 시밀러 시장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지만 품목당 수익성이 크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바이오베터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10년 가까이 된 시장입니다. 어떤 제약회사든지 1세대 바이오 의약품을 출시한 후 10년 뒤 다시 약의 성능을 향상시킨 바이오베터를 내놓게 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듭니다. 이렇게 바이오베터가 앞에서 가고 뒤에 바이오시밀러가 따라가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바이오베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알테오젠의 임직원수는 43명으로 이중 37명이 연구원이다. 사진/알테오젠
 
중국 업체와 기술이전 계약 체결
 
최근 알테오젠은 중국의 바이오의약품 회사인 3SBio(ShenYang Sun Shine Pharmaceutical)와 차세대 항암 표적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에는 알테오젠의 'NexMab ADC'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의 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보다 치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중국과 체결한 계약은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을 적용시킨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처음부터 임상을 독자적으로 해야합니다. 외국에서 해도 인정을 안해주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중국 회사를 잡아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중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계약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테오젠은 지난 9월 자사의 'NeXP 융합 기술'을 적용해 CJ헬스케어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지속형 성장호르몬 임상 1상 시험을 종료했다. 임상 1상 시험에서 일주일에 1번 투여하는 차세대 지속형 성장호르몬의 체내 약동력을 측정한 결과 특정 용량 이상에서 1주일 물질 지속성과 1주일 효능 지속성이 확인됐다.
 
"예측한대로 결과가 나왔는데 용량을 조절하면 2주에 1번도 투여를 해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성장 호르몬'의 경우 하루에 한 번씩 투여해야 됐습니다. 임상 2상은 준비하는 과정도 있기 때문에 내년 여름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코스닥 상장후 대외 인지도 높아져
 
알테오젠은 지난해 12월1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곧 상장 1년차를 맞이하는 것이다. 상장 후 알테오젠은 지금의 사옥으로 이전했다. 코스닥 상장으로 인해 해외에서 파트너를 찾는 것에 대해 도움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상장 후에 회사의 프로젝트는 단계적으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변화 없이 원래 계획대로요. 가장 달라진 것은 위상입니다. 지난 8월 지금의 사옥으로 옮기면서 회사가 커지고 연구원들도 늘어났습니다. 회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죠. 또 코스닥에 상장하니까 외국에서도 ‘한국에서 기술력을 인증 받았다’라는 인식을 얻어 파트너를 잡을 때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는 회사 대표와 연구를 같이 하고 있지만 2개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LG생명과학에서 다양한 분야를 맡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제 첫 직장은 LG생활건강이었습니다. 연구소에서 10년 정도 있으면서 바이오 제품을 관할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본사에서 사업개발과 유럽과 미국 FDA 허가와 같은 해외사업 등의 실무적인 분야까지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두루 경험하다 보니 연구개발과 사업을 같이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전세계 진출 계획도 명확했다. 단순하게 하나의 업체에게 모든 판권을 맡기는 것이 아닌 각 국가별로 유력 바이오 회사에게 판다는 것이다. 각 국가별로 마케팅을 실시해야 안전하면서도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나의 회사에게 전세계 판권을 주는 것과 나눠서 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나눠서 하는 것이 회사의 입장에서는 더 유리합니다. 만약 한 곳에 수출했는데 그것이 실패한다면답이 없지만 나눠서 하게 되면 다른 곳에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순재 대표의 목표는 바이오 벤처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임원, 중소기업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바이오 벤처를 세운 이유가 그동안 그가 경험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후발 주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개발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 알테오젠은 바이오시밀러 관련 마일스톤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바이오 벤처로 신약을 개발한다고 하면 벤처캐피탈이나 창투사에게 투자를 받아서 개발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모델인데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침이 많은 편입니다. 이 부분에서 벗어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알테오젠을 세운 것도 있습니다."
 
그의 또다른 목표는 알테오젠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각 국가별로 네트워크를 넓혀 후발주자들에게 따라 올 수 있는 길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알테오젠은 바이오에 관해서는 브라질에서 유명한 편에 속합니다. 이 유명세를 각 국가나 지역별로 넓혀 네트워크를 쌓아 둘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후배들이 어느 국가로 진출을 하든지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두도록 하겠습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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