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연초 스페인 MWC에 갔을 때만 해도 자신이 있었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6월, 7월 지나면서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위 사업자의 수장이 진단한 현재 회사의 모습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M&A를 통해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회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M&A가 마무리되면 SK텔레콤은 이동통신·초고속 인터넷·인터넷(IP)TV·케이블TV를 아우르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게 된다.
SK텔레콤이 넘어야할 산은 정부의 인가 여부와 경쟁사들의 반발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정부에 CJ헬로비전 M&A를 위한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가 필요하다. 정부 내부 분위기는 복잡하다. 단순 산업 자본의 논리만 따질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통신정책은 물론 방송이 갖는 공정성, 공공성, 지역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KT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승인을 얻었다. 일명 K뱅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중금리대출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3년 이내에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KT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내년 상반기 출범을 예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은산분리 규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은산분리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의결권 4%)로 제한한 것이다. 은산분리 규제 아래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는 컨소시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 우리은행, 한화생명, 다날이 각각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KT가 8%를 갖고 있다. 뚜렷한 주체가 없는 컨소시엄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순간 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전성과 소비자정보 보호 대책 마련도 과제다. 비대면인증을 통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 보안시스템이 튼튼해야 한다. 신용평가모델에 사용한 소비자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정보 유출에 유독 민감한 정서를 감안하면,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홈 사물인터넷(IoT)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홈 IoT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가입자는 8만명을 넘어섰다. 이를 바탕으로 홈 IoT 서비스 종류를 내년 상반기까지 14가지에서 30가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홈 IoT 서비스의 관건도 보안이다. 수십개의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상호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해킹에 대비한 보안이 가장 이슈다. 그러나 현재는 정보 보안에 특화된 인증 제도가 없다. 이 제도 또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상황도 신경을 써야 한다. SK텔레콤과 KT도 잇따라 홈 IoT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경쟁사들이 이동통신·초고속 인터넷·인터넷(IP)TV 등과 홈 IoT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결합판매를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무선에서 고객 기반이 약한 LG유플러스가 불리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이동통신 시장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이동통신 3사가 새로운 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며 "당분간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28일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 사업전략 설명회에서 KT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TF장 김인회 전무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