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지지부진한 건설업계 M&A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남 화순군 소재 중소건설사 세운건설을 앞세운 컨소시엄이 중견건설사인
남광토건(001260)과 극동건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다. 업계는 시공능력평가 20위권의 중견건설사로 몸집이 커질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8일 극동건설에 따르면 최근 세운건설과 한솔건설 컨소는 극동건설과의 M&A를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극동건설은 M&A 종결과 기존 회생채무(1135억원)의 조정을 위해 M&A를 전제로 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세운 측에서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먼저 제의한 것은 아니지만, 인수대금 등 채권자들이 받고 싶어 하는 매각금액과 차이가 있어 서로 부담이 되다보니 회생채무 재조정 차원에서 신청하게 됐다"며 M&A를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운건설이다. 세운건설은 봉명철 회장이 1995년 설립한 회사로 올해 시평순위 406위에 랭크된 중소건설사다. 2014년 말 기준 매출액은 156억원이다.
세운건설이 업계 이목을 끌기 시작한 건 2012년 건진건설(현재 한솔건설에 합병), 한솔건설과 컨소를 구성해 시평액 기준으로 10배가 넘는 규모의 금광기업을 집어삼키면서부터다.
금광기업은 당시 세운건설에 인수된 후 법정관리 졸업은 물론, 2014년 말 기준 매출 1277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의 실적을 올린 탄탄한 건설사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국내 1세대 건설사 중 하나인 남광토건을 인수하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끌었다. 지난달 남광토건과 세운건설 컨소는 M&A 본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8일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있다. 이날 관련 안건이 통과되면 M&A는 정식으로 성립이 된다. 내년 초 신주 발행 등으로 경영정상화에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세운건설은 올해 시평 기준 44위 극동건설, 59위 남광토건, 70위 금광기업을 모두 거느리는 종합건설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이들 세 건설사의 시평액을 단순 합산할 경우 1조4608억원 규모로, 25위인 KCC건설(1조4911억원)과 26위 한진중공업(1조4498억원) 사이에 안착할 수 있는 중견건설사로 거듭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업체 인수자는 인수 후 유상증자를 통해 손쉽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고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이 가능하다. 때문에 세운건설이 비상장사인 금광기업을 우회상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건축과 주택, 토목 등 사업이 모두 가능해진 만큼 이들 건설사들간 합병도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운건설 측은 "여러 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M&A에 나서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아직 이렇다 할 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올해 토목공사업 누적낙찰금액 순위에서 금광기업이 8위, 남광토건이 10위를 차지한데다 극동건설 역시 지난해 회생절차 이후 공공공사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달성하고 있어 공공공사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이들 세 건설사의 올 해 공공공사 수주 실적은 금광기업이 778억원, 남광토건 649억원, 극동건설은 272억원 등 총 1699억원 규모다.
지역 중소건설사에 불과했던 세운건설이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건설사들을 인수하고 있다. 합병할 경우 26위권의 중견건설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미지/각 사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