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설렘 속에 힘차게 출발한 2015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성을 다하는 것이 곧 천도다'라고 했던가. 작년 말 지수 542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닥시장은 7년여의 장기 침체를 벗어나면서 올 한해는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 했다.
양적으로는 코스닥지수가 7년8개월래 최고치를 갱신하며 780선까지 상승하기도 하였으며 거래대금 역시 전년대비 약 80% 증가 하면서 일평균 3조6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시가총액은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신규상장기업수는 약 130여개에 이를 전망이며 공모금액도 약 2조원 이상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2배 성장하여 유망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코스닥시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한해였다.
코스닥시장이 성장과 더불어 코스닥 상장사들의 성과도 개선되고 있다. 상장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39% 증가했고, 3분기 말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3.09% 감소하면서 수익성 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한층 개선됐다.
코스닥시장 불성실 공시·관리종목 지정건수의 감소, 횡령·배임건수 감소 등으로 시장이 질적으로도 과거보다 현저히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과거 IT·자동차 부품주 위주 시장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시장의 주력 업종이 재편되면서 코스닥시장은 창조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되기 위해 많은 변화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한 스타트업 시장은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의 합작품이었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1986년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교내 기숙사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은 2004년 파일공유 서비스 사업에서 실패도 경험했으나 2012년 나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전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됐다.
미국에 나스닥시장이 있다면 국내에는 코스닥시장이 있다. 코스닥시장은 나스닥시장에 이어 거래대금, 시가총액 세계2위, 상장기업수 세계4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신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이 있다. 시장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홍보가 부족하여 코스닥시장의 인지도가 아주 낮은 실정이다. 상장기업들이 세계속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의 자체 브랜드 파워(brand power) 제고와 기업들의 성장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 비중이 여전히 높고, 시장 안전판으로써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할도 부족한 실정이다.
자본시장은 기업들에게 미래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의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재산증식의 수단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 역할의 무거움만큼이나 코스닥시장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코스닥시장은 최근 시장운영에 있어 몇가지 정책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대표지수인 코스닥150지수 개발과 함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 코스닥 지수를 이용한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고, 상장정책도 과거 심사중심에서 우량기업의 상장유치로 전환하여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기업실질심사도 부실기업의 퇴출과 회생가능기업 지원이라는 균형점을 확보하고자 고민하고 있다.
내년은 코스닥시장이 개설된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20년간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 세계 2위의 신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아직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젊은 청춘과도 같은 시장이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의 교훈처럼 코스닥시장이 세계 최고의 기술주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20년'을 거울삼아 '다가올 20년'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