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그간 한국 프로야구 트렌드를 이끌던 삼성이 내년부터 대변혁을 꾀한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마케팅 혁신을 통해 자생력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삼성이 업계 전반을 바꿀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월3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삼성라이온즈 경기에서 삼성이 1-0으로 이기며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기록했다. 사진/뉴스1
삼성그룹 프로 스포츠단 운영 목표 변화…'오직 승리'에서 '수익 병행'으로
삼성그룹의 마케팅 전문 기업인 제일기획은 지난 11일 오후 거래소 공시를 통해 삼성그룹 휘하 기업들이 나눠 보유한 삼성라이온즈 주식을 오는 2016년 1월1일자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라이온즈 지분율이 3%였던 제일기획은 삼성전자(27.5%), 삼성SDI(15%), 삼성전기(12.5%), 삼성물산(9.5%) 지분을 인수, 지분율이 67.5%로 늘어난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까지 그룹의 프로 스포츠단을 연이어 인수하던 제일기획은 삼성그룹의 프로구단 모두를 통합관리할 기본 여건을 갖추게 됐다.
이번 이관을 통해 삼성의 스포츠단 운영 목표에 변화가 감지된다. 같은 날 제일기획은 자료를 내고 "구단들은 승패만을 중요시한 '스포츠단'에서 체계적 마케팅 전략과 팬 서비스로 수입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스포츠 구단 마케팅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팬들에게 만족스런 볼거리와 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각 구단에 종합적·전문적 솔루션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소속 프로 스포츠단은 그간 그룹의 금력을 토대로 경기를 이기는 데에 주력했다. 1등주의를 추구한 삼성다운 선택과 투자였고, 이에 재벌가의 '펫 스포츠(pet sports)' 이미지를 떠올린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제일기획에 이관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단 그룹의 지원이 크게 줄었다. 농구단만 봐도 필요 전력으로 판단한 FA(자유계약선수) 문태영은 잡았지만, 다른 경우에는 대부분 영입보다 육성에 주력하는 등 군살을 뺐다. 심지어 축구단은 올해 시즌 전 고액 연봉 선수에게 구단이 먼저 "해외 구단도 좋으니 알아보라. 지금이라도 (다른 팀에) 갈 수 있으면 가라"라고 직접 통보하기까지 했다.
동시에 새로운 스포츠마케팅 시도가 잇따랐다. 초대권으로 남발되던 각종 '공짜표'를 거의 없앴고, 관중이 몰리는 극소수 경기가 아닐 경우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 2층을 대형 천으로 가려 응원의 밀집도를 높이고 천에는 광고를 넣는 시도를 했다. 업계는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내년부터 크게 달라질 삼성 라이온즈, 결과는 어떨까
내년부터 삼성 프로야구는 크게 달라진다. 우선 NC로 이적한 박석민과 마카오 해외 불법 도박 파문으로 방출당한 임창용을 비롯 '고액 연봉선수' 다수가 빠진다. 올해까지 정규시즌 5연패 대위업을 이뤄낸 승리조 투수와 팀의 주장이면서 주전 3루수가 사라진 것이다.
홈구장도 구단 출범기부터 쓴 시민야구장 대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옮긴다. 과거와 달리 지하철과 야구장이 연결되고 대구 시내를 동서로 가르는 주도로와 시의 고속(화)도로 등이 인접해 있는 등 야구장 접근이 편리해졌다.
여기에 '전인미답' 야구단 경영까지 예고됐다. 국내 최대의 모기업에 기대던 '온실 환경'과 달리 거액을 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제일기획도 삼성그룹의 일원이지만, 먼저 이관된 다른 종목의 전례에서 보듯 전처럼 많은 돈을 손쉽게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삼성 야구단의 여러가지 환경 변화가 내년에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특히 자생력 강화 시도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우려감을 동시에 사고 있다. 이번 시도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방기가 아닌, 한국의 프로 스포츠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롤모델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프로야구는 수익화할 신규모델이 적고 삼성이 경험이 없던 방향이라 이번 조치가 삼성에 단기적으론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같은 변화는 리그가 더욱 단단해지고 함께 커가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모든 구단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