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방송학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의 조건’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는 궁극적으로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에 기반해야 하고, 사회적·산업적 합의는 결국 비전의 문제라고 가정할 수 있다”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으로 그려지는 미래는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던졌다.
합병 당사자인 SK브로드밴드의 윤석암 부문장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비전'임에 동의했다. 윤 부문장은 “현재 케이블TV에서 여력이 없는 디지털 투자와 망 고도화를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라며 “2020년까지 디지털 전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망을 고도화해 이용자 가치를 높인다면 이보다 더 중요한 비전이 어디 있느냐”고 강조했다.
반면 김희수
KT(030200)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SK텔레콤이 주장한 ▲글로벌 인수합병 트렌드 ▲이통시장의 국제경쟁력 강화 ▲사업자 간 질적 경쟁 도모 등의 내용은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 합병 때와 거의 동일하다”며 “오히려 CJ헬로비전 인수로 인해 경쟁의 한 축을 무너뜨리고 케이블TV 업계의 통합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는 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만큼 방송의 공익적 가치, 콘텐츠 저가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발제를 맡은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현재 케이블TV는 사실상 성장을 멈춘 상태로 향후 인수합병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양 사에 최선의 선택일지라도 시장에서 발생할 파장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수합병은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 행위지만 누가, 어떤 기업을, 어떤 조건으로 인수하는지에 따라 사안별 심사가 필요하며, 특히 방송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의 기준은 ‘공익성’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방송 플랫폼 기업 간 합병이 이뤄지면 콘텐츠 시장에서는 ▲채널사용료 감소 ▲채널배치 협상력 약화 ▲시장지배력 공고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지배력 행사에 상응하는 콘텐츠 펀드를 조성하도록 하고,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의 겸영을 방지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역 케이블TV 사업자인 하나방송의 이덕선 대표는 이번 인수합병 건을 “조건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방송산업의 장기적인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부할 수 없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의 명확한 소유관계, 유료방송 시장의 충분한 대체재 등으로 인해 독과점 폐해나 소비자 선택권 제한 가능성은 낮다”며 “이보다는 통신사업자의 결합판매를 통한 방송 무료화야말로 반드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한국방송학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의 조건’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실질적으로 업계와 이용자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김미연 기자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