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금융투자업권의 간절함이 담긴 4개 법안이 정치권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지체되며 몇차례 법안 처리에 실패하면서다.
'좌불안석'에 놓인 국회 반대편 여의도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현재 자본시장법과 관련해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기업신용공여한도 확대(100%→200%), 부동산펀드 운운용규제의 리츠 수준 완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과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기업구조촉진법의 시행기간 연장안 등이다. 문제는 시간 부족. 이들 4개 주요 자본시장 법안이 연내 통과되지 못한 채 내년으로 넘어가면 4월 총선과 맞물려 법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급기야 최근 금융투자업계 사장단 긴급 회의가 진행됐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물론 12개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들까지 나서 '국회 계류법안의 조속한 통과'에 대한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정치권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자본시장법 통과 필요성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쟁점 있는 법안들은 차치하더라도 이들 핵심법안에 대해서는 국회가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간절함이다.
황영기 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19대 국회 막바지를 앞두고 연내 예정된 본회의에서 반드시 계류 법안을 처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최경수 이사장은 "이번주 임시국회가 거래소 법안을 논의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시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거래소가 경쟁력을 가져야만 비로소 자본시장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권의 간절한 바람이 확인됐건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22일 예정됐던 정무위는 열리지 않았다. 다만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법안 소위 일정에 대해 전달했을 뿐이다.
최근 무디스는 한국에 역대 최고의 신용등급을 줬지만 향후 10년간 현재와 같은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개혁을 통한 금융의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금융개혁의 기본토대를 다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 매듭을 지어야 하는 정치권이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