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취약계층의 신용등급을 신속하게 회복시켜주고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신용자들이 제2금융권 고금리로 떠밀리는 '금리단층'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이 당국의 뜻대로 5~7등급을 상대로 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관련 시장이 커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감독원은 22일부터 30만원 미만의 소액 장기여체자의 신용등급 회복 기간을 최장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주기로 했다.
불합리한 개인신용평가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몇십만원을 꿨다가 기일 내에 갚는 것을 까먹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뚝 떨어져 은행 거래에 불편함을 겪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금리에 시달리던 서민들을 중금리 쪽으로 유도한다는 당국의 의지도 담겨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30만원 미만의 소액 장기연체자 중 1만9000명은 신용등급이 상승하고, 이 중 1만명은 시중은행 이용이 가능한 6등급 이상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8~9급 저신용자의 신용등급이 6등급으로 올라서면,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할 길이 열린다.
장봉희 금감원 신용정보1팀장은 "신용등급 5, 6, 7급을 상대로한 중금리 시장은 사실한 전무한 상태"라며 "금융당국은 이 중금리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는 당정 협의회를 열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연계방식으로 10%대 대출상품을 출시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지난 6월 당시에는 임 위원장이 9개 금융지주 전략담당 임원들을 불러 놓고 "은행들이 저신용자들에게 10%대 중금리를 제공했으면 한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금융당국은 취약계층의 신용등급을 높여주는 식으로 중금리 대출 고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장 다음 주에 비금융거래정보를 평가에 반영하는 제도와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같은 서민금융을 성실하게 이행한 실적을 평가지수에 반영하는 제도가 발표된다.
그러나 시중 은행권은 중금리 대출 사업에 큰 애착이 없는 모양새다. 중신용자들의 데이터가 부족해 평가가 어려운 데다 연체율 상승 등의 리스크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이 모바일 뱅크를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을 다루고 있지만, 은행권 전체적으로 보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며 "대대적으로 나서서 할 사업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가 신용등급을 마구잡이로 올려주다 보면 은행의 건전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신용도 안되는 사람의 등급을 억지로 올린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며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은행의 건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